‘15분 도시’ 창시자 카를로스 모레노
‘복잡한 유기체’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시간에 따라 달라져야 할 도시계획
“코로나19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복잡한 유기체’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시간에 따라 달라져야 할 도시계획
“코로나19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프랑스 파리에서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시민들 모습. 프랑스 시장 안 이달고는 카를로스 모레노의 ‘15분 도시’ 개념을 받아들여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료 제공 Chaire ETI 한승훈 디자이너

세계도시에서 15분 도시로
카를로스 모레노 지음, 양영란 옮김 l 정예씨 l 1만7400원 전 세계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도시 밖을 상상하기 어렵다.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매캐한 공기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게 도시 사람들의 일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소외, 환경오염, 각종 사건사고의 온상인 도시에서 ‘꾹 참고’ 살아야 하는 미약한 존재들이다. 다행히 그 도시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적잖다. ‘15분 도시’ 개념을 창안한 복잡계 연구자이자 시스템 과학자 카를로스 모레노의 <도시에서 살 권리>는 생태, 경제, 사회 등 각종 영역에서 도시가 당면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도시를 긍정하는 일에서 자신의 주장을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도시는 “인류의 이야기가 담긴 영원한 서사시를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들려주는 증인”이다. 그렇다고 도시가 유토피아일 리는 없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공간적으로 분산화되고 파편화된 도시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인간답게 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쟁, 전염병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하는 도시의 약자인 빈곤층들의 현실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저자는 “어떻게 해야 생태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균형 잡힌 도시 생활의 길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지금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모두를 위한 도시”의 길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를 새롭게 하는 길의 시작은 “복잡한 유기체”로서의 도시에 대한 이해, 즉 “도시에 귀를 기울이고, 긴 흐름으로 생성된 도시의 리듬과 호흡을 찾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여 “도시의 몸체와 영혼의 분리를 막고 그 어떤 기술적 업적보다 삶의 질이 우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들을 저자가 중시하는 이유는 “성소로서의 도시”, 즉 인류애에 입각한 도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보다 광범위하게 생각해보자면, 이는 남과 다를 수 있는 권리, 도시에서 살 권리, 각자가 선택한 남성 또는 여성을 사랑한 권리이며, 그래서 각자가 원하는 가정환경을 꾸릴 권리, 후손을 낳거나 낳지 않고 입양할 권리를 옹호함으로써 구식이 되어버린 지난 시대의 가족 모델, 구태의연한 위계질서에 따른 가족 틀을 깨거나 적어도 변화시킬 수 있는 권리다.” 이런 권리들이 충분히 납득되는 도시라면, 저자는 “도시보다 더 지속 가능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지속 가능의 토대는 “환경 보호 차원으로 이해되는 생태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생태주의적 투쟁은 기후 정의, 사회 정의, 경제 정의와 함께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세계와 한편”이 되어야만 한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저자는 2002년 서울 청계천 공원 조성 프로젝트를 언급한다. “자동차들에게 할애되었던 도시 공간을 삶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콜롬비아 메데인(메데진)은 하천 복원을 통해 “자연을 되찾고 사회통합을 촉진하며 새로운 도시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도시를 삶에 돌려주는 변화”를 가져왔다.

‘15분 도시’의 개념도. 자료제공 Chaire ETI

프랑스 파리에서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시민들 모습. 프랑스 시장 안 이달고는 카를로스 모레노의 ‘15분 도시’ 개념을 받아들여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료 제공 Chaire ETI 한승훈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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