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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다양한 몸들을 위해 설계해야 할 다양한 세상

등록 2023-02-17 05:00수정 2023-02-17 10:25

기술·장애의 연결 위한 디자이너
‘신체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환경

농인 위한 건축, 노인 위한 건널목
몸에서 일상사물, 공간과 시간까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어댑티브 디자인 어소시에이션’이 종이로 만든 의자. 김영사 제공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어댑티브 디자인 어소시에이션’이 종이로 만든 의자. 김영사 제공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장애, 세상을 재설계하다
사라 헨드렌 지음, 조은영 옮김 l 김영사 l 1만7800원

이 세상은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는가? 평균적인 보통의 몸과 마음을 뜻하는 ‘정상성’ 개념은 너무 흔하고 일상적으로 집단 문화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정상적인 발달 곡선 위에 있는지를 따지게 된 것은 200년도 채 되지 않는 현대 특유의 현상이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10억 명이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 운동장애, 감각장애, 정신질환, 인지 및 발달장애, 일반적인 노화가 여기에 포함된다. 보조공학과 적응형 디자인, 디자인 비평을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라 헨드렌의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은 ‘신체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조건을 탐색하며 우리의 몸과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부적합 상태에는 예술과 공학적 디자인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라 헨드렌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첫째로 인해 얻게 된 경험과 통찰로부터 공학에 접근해갔다고 고백한다. 아들을 위한 생활환경에 대한 집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아주 단순한 것에서부터 기계적으로 가장 복잡한 것까지 수많은 증강물이 추가된 ‘바디 플러스’의 상태로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애가 존재의 예외적 상태가 아니라 존재의 극히 평범한 상태라든가, 장애란 개인적이든 정치적이든 인간의 필요성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이 책의 언술은 가정용품과 가구, 방과 건물 등 설계된 모든 도움의 형태를 살피면서 구체적인 것이 된다.

한 팔이 없는 크리스가 아이의 귀저기를 갈고 있는 모습. 김영사 제공
한 팔이 없는 크리스가 아이의 귀저기를 갈고 있는 모습. 김영사 제공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의 목차는 ‘팔과 다리’, ‘의자’, ‘방’, ‘거리’, ‘시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몸에서 시작해 물건으로, 사적 공간으로, 공공장소로, 시간으로 논의를 넓혀가는 방식이다. ‘팔과 다리’ 장에서 의수와 재활공학을 거쳐 몸에 대해 다루고 나면, ‘의자’ 장에서는 ‘디아이와이(DIY) 살인’이라고까지 불리는 나쁜 디자인의 예시로 의자가 등장한다. “산업 디자이너가 시장에 내놓는 아주 많은 제품이 몸과 상관없이 오직 대량생산, 필요가 아닌 참신함, 저렴한 가격을 목적으로 디자인된다.” 장애는 많은 디지털 도구에서 혁신의 숨은 주역이 되었는데, 디자이너는 정상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곡선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른바 극단적 사용자를 살폈을 때 더 강한 영감을 얻는다는 사례가 된다.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해 설립된 갤러뎃대학교 기숙사에서 구현된, 농인의 특별한 능력과 강점을 강조하는 건축. 김영사 제공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해 설립된 갤러뎃대학교 기숙사에서 구현된, 농인의 특별한 능력과 강점을 강조하는 건축. 김영사 제공

‘방’을 다룬 글은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해 설립된 갤러뎃대학교 기숙사가 농인의 특별한 능력과 강점을 강조하는 건축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들리지 않는 경험의 온전함과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마지막 ‘시계’ 장은 특별히 흥미로운데, 싱가포르에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신호등의 신호 길이가 추가되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노인에게 발급되는 할인 교통카드 단말기를 이용해 횡단보도의 보행 시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장애가 공공의 눈에 보일 수 있는 바람직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의 중요성 역시 이 장에서 다루어진다. “현대에 학교와 직장에서 설정된 속도는 건강한 사람이 이상적인 속도와 효율성으로 성취하는 생산성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시계는 아니지만, 배경에서 언제나 째깍거린다. (중략) 이 시계는 경제를 위한 도구이다.” 사람들은 장애인을 보면 ‘고기능’인지 ‘저기능’인지 알고 싶어 한다는 말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열풍 속에서 ‘고기능’ 장애인에 대한 (한정적) 우호감을 씁쓸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기술과 장애의 연결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사라 헨드렌. ⓒFreddie Hendren Funck, 김영사 제공
기술과 장애의 연결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사라 헨드렌. ⓒFreddie Hendren Funck, 김영사 제공

이다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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