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심리학자의 ‘착청’ 연구
옥타브·음계·유령어 등 다양한 착청
소리를 식별하고 그룹화하는 뇌
감각이 판단보다 우위에 서는 경험
옥타브·음계·유령어 등 다양한 착청
소리를 식별하고 그룹화하는 뇌
감각이 판단보다 우위에 서는 경험

무언가를 볼 때 일어나는 ‘착시’처럼 인간의 뇌는 음악과 언어를 들을 때 ‘착청’ 현상을 일으킨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악과 언어가 밝히는 뇌의 비밀
다이애나 도이치 지음, 박정미·박종화 옮김 l 에이도스 l 2만2000원 <왜곡하는 뇌>는 듣는 책이다. 음악을 듣는 책이 아니라 소리를 듣는 책이다. 저자 다이애나 도이치는 음악심리학을 연구해온 학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의 심리학 교수로 근무중인 그는, 이 책에서 착청(錯聽)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소개한다. 음악과 언어의 청각적 착각 현상을 뜻하는 착청은 옥타브 착청, 음계 착청, 반옥타브 역설, 유령어 착청, 말이 노래로 변하는 착청 등으로 나뉜다. 아마 이렇게 나열해도 무엇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왜곡하는 뇌>에는 여러 개의 큐알(QR)코드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해당하는 착청 현상을 들어볼 수 있다. 착청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여러 패턴의 소리들을 듣게 되는데, 양쪽에서 같은 소리가 나오는데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에서 고음이, 왼쪽에서는 저음이 나오는 듯 듣게 되는 ‘옥타브 착청’이라거나(왼손잡이는 편향이 없다고 한다), 컴퓨터가 울퉁불퉁하고 이상한 음의 연속을 들려주는데도 뇌는 음악적 의미를 갖도록 음을 재구성하는 ‘음계 착청’을 비롯한 다양한 착청 현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뇌과학과 관련한 연구의 역사와 과학지식을 설명적으로 나열하는 부분과 신기한 소리 체험 코너가 반복되어 오간다. 착청 현상으로 인한 흥미로운 사건들도 많았다. 1893년 여름,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슈는 차이콥스키 6번 교향곡 <비창>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작곡가를 만났고, 이후 그 곡을 지휘했다. 교향곡 마지막 악장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파트끼리 주제선율과 반주선을 서로 주고받으며 시작하는데, 지휘자는 차이콥스키의 악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원작자는 거부했고, 지휘자는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여 악보를 수정해버렸으며, 이 수정된 악보는 <비창>의 대안적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들이 착청 현상으로 인한 문제였음을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음계 착청 현상의 예에 들어맞는다. 더불어, 우리의 청각 메커니즘은 끊임없이 소리를 식별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그룹화한다. 그래서 여러 소리 중 하나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다른 소리들은 배경으로 밀어낼 수 있다. 주의를 기울이면 전경에 있던 소리를 배경으로 밀어내고, 배경에 있던 소리를 전경으로 인지하기 역시 가능하다. 작곡가들은 이러한 효과를 의식적으로 이용한다. 성악곡에서 성악 파트는 명확하게 전경으로, 반주는 배경으로 의도된다. 바흐의 ‘인벤션’이나 ‘푸가’처럼 대위법적 성격이 짙은 음악에서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멜로디 라인이 병렬로 연주되고, 감상자는 이 라인들을 오가며 음악을 감상하게 된다. 그 효과는? 시각으로 따지면 ‘모호한 그림’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듣는 사람이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형태가 지각된다는 의미에서.

말이 음악으로 들리는 착청 현상을 설명하는 영상의 일부. 유튜브 갈무리

‘착청’ 현상을 연구해온 음악심리학자 다이애나 도이치.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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