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시간 길 잃은 물고기와 지구, 인간에 관하여마크 쿨란스키 지음, 안기순 옮김 | 디플롯 | 2만2000원
연어는 지느러미과 어류다. 1억년 전 공룡과도 함께 살았을 정도로 지구에 머문 시간이 길다. 연어의 암컷은 알을 낳을 때 입이 일그러지고, 수컷은 산란기에 등이 굽고 몸의 색이 변한다. 성체가 되면 꼬리로 물결을 일으키며 물살을 거슬러 고향인 상류로 올라간다. 플랑크톤과 곤충 등을 먹고 자신은 또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된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심에 위치한 연어는 지구 환경의 중요한 지표이다.
연어가 인간과 함께한 오래된 시간을 짚어보는 이유는 현재 연어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여러 종으로 진화할 정도로 환경 적응력이 좋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연어도 전체 4분의 1가량이 멸종 위험에 놓여 있다. 남획, 댐 건설과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 등으로 야생 연어 수가 줄고 있는 것이 근본적 문제다. 속도를 내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기생충의 번식을 도와 연어를 괴롭힌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 논픽션 베스트셀러 <대구>를 쓴 마크 쿨란스키다. 대구만큼 연어도 지구의 많은 생명을 풍요롭게 해준 고마운 물고기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힘들어하는 이에게는 좋은 연어 요리를 대접해 위로했다. 연어를 먹으면 연어의 뼈를 반드시 다시 강에 돌려주며 연어를 기리는 이들도 있었다. 연어가 뛰어오를 때마다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강물과 바다를 오가는 연어의 힘찬 이동 경로를 따라가다보니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어느새 지구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경이로운 물고기, 연어를 위한 지속가능한 어장 만들기를 고민해본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