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2015년 전태일문학상으로 등단한 이동우 시인의 첫 시집. 붕괴되는 생명, 노동자, 지구…. 외면한 적 없는 시인은 “창문에 네 이름을 적으며/ 빈방을 견뎠다”, “누군가 두고 간 울음소리를 주워/ 바람 흉내를 냈다”. 슬픔은 함께 꾸는 꿈이 되고.
창비 l 1만1000원.
■ 그로운
“진실을 전하는 데 여자 열여섯명이 필요했어요.” 서구사회 구조적 부조리에 대한 감각적인 고발. 흑인소녀의 ‘피해자다움’은 훨씬 지난한 사회에서 흑인작가는 썼다. “백인 이름을 이용해서 당신들이 전부 개자식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l 한겨레출판 l 1만6800원.
■ 경우 없는 세계
가출 청소년들의 삶에 밀착한 작가의 수고가 돋보이는 소설. 주거, 관계, 노동착취, 범죄 등의 단면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는데, 작중인물 ‘경우’만은 여느 가출 청소년과 다른 규율과 여유를 견지한다. 경우조차 없는 세계는 그래서….
동화로 등단해 지평을 넓혀가는 백온유 지음 l 창비 l 1만5000원.
■ 두근거리는 고요 순례
등단 50주년을 맞은 박범신 작가의 산문집 두 권. 거의 매해 히말라야로 떠나는 마음과 여정, 뜻밖으로 2019년 폐암으로 시작된 또 다른 ‘순례’ 등을 들여다본다. “소설쓰기는 나에게 늘 홀림과 추락이 상시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심 가득 찬 연애와 같았다.”
파람북 l 1만6500원·1만7000원.
■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미국 한 작은 마을 아쿠아리움에 갇혀 사는 성격 강파른 문어. 인간을 향한 분노와 환멸을 감추지 않던 그가 어느 날 70대 청소부 할머니와 교감하게 되는데…. 환대와 치유를 미덕 삼는 소설 계보를 <파이 이야기>처럼 잇는 장편.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l 미디어창비 l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