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9500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9500원
잠깐독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도쿄 기담집>에는 다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이한 이야기(寄譚)’라는 게 수록작들의 공통점이다. 첫 작품 <우연한 여행자>는 “나, 무라카미는 이 글을 쓴 사람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이야기에 신빙성을 부여하고자 제 이름을 거는 셈이다. ‘나, 무라카미’가 직접 겪은 두 가지 불가사의한 일(=우연의 일치)을 소개한 뒤 이어지는 본문은 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서점 한쪽 카페에서 같은 책을 읽고 있던 인연으로 만난 남녀가 있다. 유부녀인 여자가 남자에게 성적 관심을 표하는데, 남자는 자신이 게이임을 고백하며 미안해한다. 여자는 자신이 유방암 재검을 받기로 했다고 말한다. 여자의 오른쪽 귓불에 있는 점을 보고 비슷한 점이 있던 누나를 떠올린 남자는 무려 10년 만에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만난다. 여러 이야기 끝에 누나는 자신이 유방암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우연의 일치라는 건 어쩌면 사실 매우 흔해빠진 현상이 아닐까” 하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하나레이 만>의 주인공은 열아홉 살 된 아들이 하와이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가 상어에게 한쪽 다리를 잘려 죽는 사고를 당한다. 아들이 죽은 곳을 직접 찾아 간 그는 현지에서 일본인 청년 둘을 만나는데, 그들은 해변에서 외다리 일본인 서퍼를 보았노라고 말한다.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는 아파트의 24층에서 26층 사이의 계단에서 실종되었다가 20일 만에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 남자의 이야기. 그는 그 20일 동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에서는 스스로 자리를 옮기는 자갈이, <시나가와 원숭이>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훔치는 원숭이가 등장한다. 허무맹랑하다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여러 가지 불가사의한 현상이, 나의 조촐한 인생 여기저기를 다채롭게 만든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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