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소설집 <타잔>
2002년에 낸 첫 소설집 <루이뷔똥>으로 좋은 평을 얻었던 김윤영(35)씨가 두 번째 소설집 <타잔>(실천문학사)을 펴냈다. 표제작을 비롯해 여덟 개의 단편이 묶였다.
표제작을 비롯한 상당수의 작품에서 남자들은 사라지거나 죽어 없어진다. 그들은 아내에 의해 독살되거나(<그가 사랑한 나이아가라>), 실직한 뒤 문득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거나(<얼굴 없는 사나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정글 속으로 사라져 버리거나(<타잔>), 이웃집 남자에게 살해당하거나(<산책하는 남자>) 한다. 사라지는 것이 남자들만은 아니어서, <세라>의 여주인공은 해일에 휩쓸려 간 다른 여자의 신분증을 주워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다.
그런데 이들의 실종 혹은 죽음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많은 경우에 이들은 실제로 사라지거나 죽기 전에 ‘상징적인 죽음’의 과정을 거친다. <그가 사랑한 나이아가라>에서 ‘나’는 “내가 전에 알던 정의롭고 이성적이고 눈에서 광채가 나고 호리호리하던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걸” 깨달은 뒤 남편을 죽일 결심을 한다. <집 없는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작품에서 주인공 수지의 “남편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전형적인 변호사의 모습”으로 변했으며 “15년 전의 히피 청년은 이미 이곳에 없”는 것으로 말해진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거듭’ 죽는가. 이들을 죽이고 또 죽이는 것은 무엇인가. <산책하는 남자>의 실직자에 따르면 ‘정글 자본주의’가 그 범인이다. 같은 말을, <얼굴 없는 사나이>의 주인공은 할리우드 영화에 비유해 이렇게 표현한다: “불쌍한 거지, 나쁜 놈들, 꼭 주인공 하나만 살려놓고 나머진 꼭 엠하게 죽여요.”
정글 자본주의 혹은 무한경쟁 시스템에 환멸을 느낀 이들이 ‘다른 세상’을 향한 꿈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글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목격된 <타잔>의 주인공은 “어떤 다른 세상을 향해 짓는 미소”를 피워 올리며, <세라>의 주인공은 “다른 세상을 직접 고를 수만 있다면…” 하는 소망을 품는다. 그 소망이 작가 자신의 것임은 물론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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