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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헌책방순례│아단문고] “앉아서 손님 기다리던 시대는 갔다”

등록 2006-04-20 18:40수정 2006-04-21 14:08

인터넷 매출 2위·고서 재생 자부심

헌책방 순례/아단문고

아단문고(031-445-0972)는 안양에 있되 안양에 없다. 인터넷 기반 책방인 까닭. 대부분의 책이 인터넷사이트(http://www.adan.co.kr)에 올라있어 그곳에서 책찾기가 더 편하다. 굳이 찾아가도 책을 구입 전에 볼 수 있을 뿐 목록 외의 책을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곳 책은 세 가지로 나뉜다. ①찾아오는 이한테 공개되는 매장 ②인터넷 주문자를 위한 전용 창고 ③뜯지 않은 상자의 책을 보관하는 창고. ①은 한옥 두 채를 외벽과 기둥만을 남기고 완전히 훑어낸 뒤 책으로 채웠다. 벽을 중심으로 책을 진열하되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간에 책꽂이를 세워 분야별로 빼곡하게 꽂았다. 구조만 다를 뿐 다른 매장과 큰 차이 없다. 다만, 각종 옛책을 천장 부근, 또는 기둥에 달아매어 고서 전시장도 겸한다. ②는 직원만 출입할 뿐 공개하지 않는다. 온라인 판매를 겸하는 책방의 창고가 매장의 확장형인 까닭에 분류방식이 매장과 같지만 이곳은 완전히 다르다. 창고에 가득한 책꽂이는 깊은 선반형태. 30여권씩 보관되는 사각형 분할공간에는 각각 주소가 매겨져 있다. 예컨대 ‘가-3-1’이라면 ‘가열-셋째칸-위에서 첫번째 공간’이라는 뜻이다. 책에는 분류, 가격 외에 주소 정보가 부여된다. 소팅이 쉽게 가능한 컴퓨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인력의 활용 또한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손님한테는 분야별 소팅된 목록이 노출되고, 책방에서는 책의 주소로써 상품을 찾아 배송할 뿐이다. 그런 창고가 셋. 각각 가나다, 꽃이름, 동물이름 등으로 구별한다. ③은 연립주택의 방 두 개를 가득 채운 것. 주인도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 잘 모른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입니다. 오는 손님 앉아서 맞는 시대는 갔어요. 동네책방도 인터넷으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습니다.” 주인 한상동(53)씨의 생각은 확고하다. “요즘 손님은 책방에 들어와 제목을 물어보고 없으면 바로 나갑니다. 30~40분 머물면서 구경하고 당장 필요치 않더라고 나중에 읽을만한 책을 사던 예전과는 달라요. 머무는 시간이 고작 2~3분인데, 그게 인터넷 손님의 행태와 비슷해요.” 그가 본격적으로 인터넷매장을 연 것은 비교적 늦은 2004년. 그런데도 매출규모는 고구마에 이어 두번째라는 자랑이다. 하루 평균 300권을 올리고 그 가운데 30% 정도를 소진한다. 직원은 주인 한씨를 포함해 7명. 약수물 뜨러다니거나 옛 얘기나 하면서 지내기는 싫다는 한씨는 큰 돈은 벌지 못하지만 젊은이들을 고용해 함께 일하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수만권의 책짐을 나른 탓에 골병이 들어 이젠 힘에 부칠 때는 술김을 빈다. 정신 나이는 마흔이나 몸 나이는 일흔. 이날도 오전부터 페트병 맥주를 달고다녀 거나한 표정에 목소리가 컸다.

그는 헌책방 운영 틈틈이 2년에 걸쳐 고서 수리를 배웠다. 낡거나 썩어 문들어진 것은 배접하고 떨어져 없어진 표지는 새로 해붙여 꿰매면 새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그렇게 그의 손을 거쳐 새 주인을 찾아간 책은 못 셀 정도. 손은 거칠어지고 손톱은 일그러졌다. 요즘 10년을 두고 해온 그만의 일이 완성단계에 이르면서 그의 자부심은 한껏 부풀어 있다. 분위기는 직원들에게도 전염돼 목소리가 매력인 이실장(47)이나 든든한 김용학(25)씨나 분주한 가운데 다부진 꿈을 키우고 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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