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세번째 시집 <푸른 밤의 여로>
김영남(49)씨의 세 번째 시집 <푸른 밤의 여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소설가 한승원씨와 이청준씨를 낳은 문향(文鄕) 전남 장흥 출신인 김씨는 앞선 두 시집 <정동진역>과 <모슬포 사랑>에서 국토의 동단과 남단으로 먼 걸음을 놓았었다. ‘강진에서 마량까지’라는 부제를 거느린 새 시집의 표제작은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로 마무리되거니와, 정동진에서 모슬포를 거쳐 고향 어름으로 회향하는 시인의 여로가 흥미롭다. 시인의 연치가 세는 나이로 어언 쉰, 이제 고향을 찾을 나이가 됐다는 뜻일까.
“이런 날/저 하늘가에 저녁 기러기 뜨면/고향에선 지금쯤/시래깃국을 가마솥에다 끓였겠다.”(<입동 무렵> 부분)
“그 끝에서 부력을 떼고 다시 출발선을 뒤돌아보면/할머니, 어머니, 풍선장수, 해남 아저씨, 바지게, 복슬 강아지/고향 운동회 한구석이 박수를 치며 일어선다.”(<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길> 부분)
고향으로 향하는 시선에 그리움이 깃드는 것은 당연한 노릇. 시인은 책 뒷표지에 쓴 산문에서 “고향은 우리들이 버스에 오르는 순간 이미 죽어 무덤에 묻힌 것”이라 사뭇 매몰차게 단언하지만, 무덤 속이라고 그리움이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리움의 최대치는 바로 어머니. 어머니를 떠올리면 제 아무리 반백의 중년 사내라도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우리 엄마 분홍 치마폭 속으로//누구 날 좀 다시 업어다 줘요.//엎디어 잠을, 저렇게 고운 잠을…”(<무당벌레의 점과 함께> 전문)
<검정 고무줄에는>이라는 시에서 그 어머니는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신축성과 포용력에서 내복의 검정 고무줄에 비유되는데, <몽대항 폐선>에서 시인은 그런 어머니의 이미지를 물려 받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다.
“난 예 풍경을 눈에 꼭 담고 상상한다./폐선이란/낡아 저무는 모습이 아니라/저물어선 안 될 걸/환기시키는 어떤 힘이라는 것을./(…)/나도 언젠가는 저처럼/누굴 그립게 끌어당겼다 놓았다 하는/몽대항 폐선이 되리란 꿈을 꾼다.”(<몽대항 폐선> 부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시인 자신 “너희 위해 징검다리 될 테니 날 짚고 건너뛰어라”(<징검다리의 노래> 부분)고 자식들에게 말하는 아비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시인 자신 “너희 위해 징검다리 될 테니 날 짚고 건너뛰어라”(<징검다리의 노래> 부분)고 자식들에게 말하는 아비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