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가 지난 25일 연 ‘문화정책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지난 3년간의 문화관광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되돌아 보고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 원용진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박인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기획실장,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정희준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장.
‘야심만만’ 이창동 민·관 머리 맞대고 정책계획표 짜내
‘궤도이탈’ 정동채 문화 산업화 표방 혼란스런 지원책
‘난제산적’ 김명곤 잃어버린 ‘창의한국’ 되살리기 중책
‘궤도이탈’ 정동채 문화 산업화 표방 혼란스런 지원책
‘난제산적’ 김명곤 잃어버린 ‘창의한국’ 되살리기 중책
노무현 정부 문화정책 3년 점검 토론회
“새 학기 들어 생활계획표만 잘 짜놓고 하나도 지키지 않는 학생 같다.”(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문화연대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문화정책을 평가한다’는 주제 아래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연 ‘문화정책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토론 참석자들의 평가는 단호했다. 정권 초기 활발했던 ‘참여’도, 곧 만발할 것 같았던 ‘문화’도 모두 실종됐다는 것이다. 신임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해서는 “이창동 장관 시절 공무원들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창의한국’이라는 정책을 다시 다잡고 실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원용진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서강대 교수)은 “‘창의한국’ 정책의 실행 단계에서 장관이 바뀌면서 참여정부의 문화정책 기조가 실종됐다”며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사라진 과제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가 신임 장관의 과제”라고 말했다. ‘창의한국’이란 △향유자 중심의 예술활동 강화 △예술의 창조성 증진 △예술의 자생력 신장 등을 모토로 부문별 문화정책의 방향을 밝힌 것이다. 문화부 공무원 중에는 “이창동 전 장관과 함께 밤을 새워 맞담배를 피우며 계획을 수립할 때가 그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참석자들은 소개했다.
원 위원장은 “후임 정동채 장관 시절 문화부는 ‘씨-코리아’라는 이름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문화의 산업화를 표방하며 스스로를 경제부처로 칭했으나 결국 혼란스런 지원책만을 내놓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골프장 리조트 사업에 문화부가 앞장선 것도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적 ‘문화 산업화 정책’의 하나로 지적됐다. 지금종 사무총장은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 계획을 수립할 때는 시민사회가 참여했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의사 수렴이 전혀 없었다”며 “노무현 정부의 ‘참여’가 일관성을 잃고 형식적 참여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 양극화에 대한 정부 대책의 난맥상도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문화복지’ 정책이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을 모두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규석 예술경영지원센터 소장은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사업의 경우 지역 단위로 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안정화 단계에서 추가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자체 기획·생산 능력이 없어 중앙부처가 살포하는 획일적인 프로그램의 아울렛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문화원을 비롯한 문화공간들이 지역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며 “지역 단위 문화자치위원회를 꾸려 지역사회 구성원과 시민사회가 문화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 위원장은 “문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문화부 올해 예산의 3.7%인 509억원에 그쳐,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화부가 올해를 ‘문화나눔의 해’로 지정한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따라 각종 문화정책이 지방으로 이양됐지만 이는 오히려 문화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은 “‘뛰는 중앙정부 밑에 기는 지방정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시설, 인력, 재원 등 이른바 ‘3불 현상’의 핑계 뒤에 숨기 바쁜 지방정부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결과가 뻔하다”고 말했다. 지방으로 이양한 정책을 사후 점검하는 치밀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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