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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다른 여자 꿈꾸는 유부남의 욕망과 환멸

등록 2006-05-11 21:22수정 2006-05-12 17:18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소설집 <유부남 이야기>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소설집 <유부남 이야기>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40)의 소설집 <유부남 이야기>가 나왔다. 김수진·조일아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제목 그대로 유부남을 주인공으로 한 일곱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작가가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2006 서울, 젊은 작가들’ 행사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것에 맞추어 번역본이 나왔다.

일곱 단편은 대부분 작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소설과 기사 쓰기에 종사하는 유대인 유부남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비르마헤르의 소설에 등장하는 유부남들은 결혼한 아내를 두고도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상대로 한 은밀한 로맨스를 꿈꾸며, 그 꿈을 실천에 옮기다가 위험에 처하거나 쓰라린 환멸을 맛보기도 한다. 작가는 이 유부남들의 욕망과 환멸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정한 필치에 담는다. 그가 ‘아르헨티나의 우디 앨런’이라는 별칭을 얻은 연유다.

<세르비뇨 거리에서>는 전형적이다. 아들의 유치원 친구 엄마인 이혼녀 발레리아와 짜릿한 로맨스를 즐긴 ‘나’는 발레리아의 집에서 나오던 길에 여자의 전 남편과 마주치고 이어서 유치원 버스와 맞닥뜨려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픽업’하게 된 까닭을 아내에게 어떻게 둘러댈까 전전긍긍하면서 집에 돌아온 그의 눈앞에서 아내는 혼절해 쓰러져 있다…. 밀회 제안을 받아 준 발레리아에게 ‘나’가 했던 말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를 3년 만에 마주친 발레리아에게 아내가 똑같이 되풀이한다는 결말은 코믹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마차>의 주인공인 유부남은 한때 사랑했으나 제 편에서 차버린 여자를 우연히 ‘재발견’한다. 여전히 매력적인 여자에게 다시금 접근해 은밀한 유혹의 말로 사랑의 도피를 제안하기에 이르지만, 임신 2개월째인 뱃속의 아이를 지우고라도 자신을 따라 나서겠다는 여자의 말에 비로소 냉정을 되찾고 제 자리를 찾아 돌아온다. 한편 <노란 스카프>는 홀로코스트에서 1970년대의 대 아랍 전쟁으로 이어지는 유대인의 역사를 범상한 일상사에 포개 놓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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