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낸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
‘섬진강 시인’ 김용택(58)씨가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쓴 일기를 〈김용택의 교단일기〉(김영사)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어 냈다. 2004년 8월23일부터 이듬해 5월21일까지 두 학기 기록이다.
김 시인은 모교인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2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물두 살 청년 때부터 교편을 잡아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 부모 역시 제자이기 십상이다. 그가 어느 날 일기에서 “부모 이혼이나 가정 파탄 때문에 외갓집으로 온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의 아들딸 아닌가”라고 쓸 때 교사로서 ‘겹의 아픔’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교실에 오니 좋다. 나는 교실에 있어야 제대로 사는 것 같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좋다.”
2학기 개학 첫날 일기를 보면 그는 천상 교사다. 방학 때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 혼자 학교에 나가거나 일없이 아이들 집에 전화도 해 본다는 그다.
자신이 맡고 있는 2학년 열 명 중 한 명만 결석해도 교실이 텅 빈 것 같다고 허전해하는 그다. 그렇다고 그가 아이들을 무조건 사랑하고 감싸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방학 전에 외웠던 구구단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온 아이들에게 매를 안기기도 하고, 아침이면 책을 읽어라 교실을 정돈해라 지겹도록 잔소리도 해댄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혼을 내도 기가 죽지 않고 사근사근하”며 때로는 선생님 옆구리를 찌르며 “아빠! 아빠!” 부르기도 한다. 이웃 학교 5학년 오빠가 선생님을 ‘용택이’라고 부른다며 “내가 선생님 대신 반은 죽여놓을 것이다”라고 일기에 쓰기도 한다.
‘선생 노릇 그만두려다 다시 교단에 서며’ 이 일기를 쓰게 됐다는 시인의 교육 현실 비판도 매섭다. “무조건 남들을 밟고 넘어가야 산다는 동물적인 본능이 지배하는 현실”이 그는 가슴 아프다.
교사로서 그가 신조처럼 되새기는 ‘구호’들은 30년 넘는 교단 경험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선생은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운다. 가르치는 게 내 공부가 되어야 한다. 선생은 늘 새로 태어나야 한다. 아이들 앞에 늘 새로워야 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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