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소재로 산문집 낸 소설가 성석제씨
능청과 해학의 작가 성석제(46)씨가 음식을 주제로 한 산문집 <소풍>(창비)을 묶어 냈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눈·귀·코·혀·몸·뜻의 감각 총체 예술”이라 믿는 그가 쓴 음식 이야기는 음식을 통한 사람 얘기요 세상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추억의 갈피에서 끄집어내는 음식은 결코 화려하거나 비싼 것들이 아니다. 김밥이며 순두부, 개장, 영계백숙, 홍시, 부대찌개에 햄버거까지 그야말로 소박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음식들이 작가의 추억과 감각을 자극한다. “소설가가 쓴 글인 만큼 허구와 과장도 들어 있지만, 허구와 과장이 있어야 글을 읽는 사람도 먹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지 않겠는가”라고 작가는 말했다.
면 종류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그이니 만치 책에는 냉면과 자장면, 칼국수, 비빔국수, 월남국수, 라면 등 갖은 종류의 면 음식이 가히 경연을 펼치는 형국이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처음 먹어 본 라면의 맛을 그는 “기존의 질서에서 살짝 일탈한 위반의 맛이었다. 동시에 인스턴트했고 중독의 예감을 안겨주는 맛이었다”고 표현한다. 역시 비슷한 무렵 비로소 입문한 자장면을 두고서는 “자장면은 맛있다. 맛이 없으면 자장면이라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해왔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라면이든 자장면이든 지금은 아무리 해도 예전의 맛이 나지 않더라는 게 그의 고민이다. 맛있다는 집들을 찾아 다니고(자장면), 갖은 방법으로 요리를 해 본(라면)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는 라면을 먹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을 먹고 싶어하는 거라고.”
작가는 물론 맛있는 음식을 먹기를 즐기지만 스스로를 미식가라기보다는 그저 ‘이리저리 밥 먹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맛난 음식을 찾아다니는 쪽은 아니고, 먹어보고 맛있으면 또 가는 쪽”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어떤 음식에 처음 입문하게 되면 아주 기초적인 요리부터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요리까지 끝을 보아서 마침내 ‘졸업’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몇 년 동안 먹는 것에 매달려 온 게 병이 아니면 벽 같다”는 그가 높이 평가하고 좋아하는 음식은 ‘누가 만들어도 새로운 것’이다. “같은 이름이라도 사람과 음식점에 따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새롭고 다른 맛이 나는 음식이 좋다”는 것이다.
“ 10년에 걸쳐 쓴 글들을 정리하는 동안 맛을 기억하며 소요(逍遙)하는 것이 행복했다”는 작가는 “음식을 먹는 것이 소풍이라면 이야기 또한 우리 삶의 소풍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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