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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들이야, 하릴없는 곁가지 인생

등록 2006-05-18 20:11수정 2006-05-19 16:47

임정연 첫 소설집 <스끼다시 내 인생>
임정연 첫 소설집 <스끼다시 내 인생>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임정연(39)씨가 첫 소설집 <스끼다시 내 인생>(문이당)을 묶어 냈다.

‘쓰키다시’란 일본 요리에서 주 메뉴에 앞서 나오는 곁가지 음식을 가리킨다. 임정연 소설집의 표제작에서 주인공인 청소년은 자신의 인생이 쓰키다시와 같다고 느낀다. 소설집 <스끼다시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아도, 스스로 그렇게 여기든 그렇지 않든, 쓰키다시에 가까운 인물들이 다수를 이룬다. 메인 메뉴가 하나인 데 반해 쓰키다시는 여러 가지인 것처럼, 삶에서도 주인공은 한 사람인 반면 조역이나 엑스트라는 여러 명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작가가 유독 쓰키다시 인생들에 관심을 쏟는 것은 보편적 호소력을 지닌다고 볼 수도 있다.

표제작의 주인공들은 학교가 아닌 독서실에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열일곱 살 지누와 ‘나’다. 독서실 총무인 서른네 살짜리 고시생과 어울려 이들은 하릴없이 세월을 탕진한다. “세상을 인터넷으로 배웠다”는 이 아이들은 채팅에서 알게 된 여자아이와 ‘번개팅’을 하거나 음란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지리멸렬한 시간을 죽인다. <달빛>의 주인공인 필수와 영재는 집을 나온 여고생 미경을 내세워 원조교제를 유도하고 걸려 든 남자들에게서 돈을 뜯어 내는 것으로 생계를 해결한다. 빈 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하려다가 화장실 변기에 앉은 채 죽어 있는 노인을 발견하기도 하고, 미경을 성폭행했던 ‘담탱이’(담임 선생님)를 인적 드문 장소로 유인해서 각목으로 때리다가 결국 칼로 찌르기까지 한다.

이밖에도 <바나나펀> <아빠가 허락하지 않을 일> <팬터마임, 여름> 등 대부분의 수록작들에서 주인공들은 기성 사회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곽을 배회하거나 자기 안의 어둠 속으로 침잠해 버린다. 작가는 곳곳에 배치된 비속어와 은어, 그리고 툭툭 내뱉는 듯한 문체를 통해 반항적이고 일탈적인 청소년들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재현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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