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산당선언’ 펴낸 강유원씨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얼마전까지 인생을 바꿀 각오가 아니라면 감히 입에 올리기조차 힘들었던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1848년)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들이다. 세상이 변하긴 변했나 보다. 정훈이의 유머러스한 만화까지 곁들인 신판 <공산당선언>(뿌리와 이파리 펴냄)이 나왔다. ‘회사원 철학박사(헤겔의 사회철학)’로 널리 알려진 강유원(44)씨. 지난해 봄학기 한 대학 철학과 야간 강좌에서 <공산당선언>을 교재로 16주 동안 풀었던 강의내용을 정리했다. 일종의 <공산당선언> 해설서인 셈인데, 일단 총 4부 가운데 제1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만 다뤘다. 청강생 포함해서 60~70명이 그 강의를 들으러 몰려들었고, 그 3분의 1은 회사다니는 직장인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마르크스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이들도 있었고 그냥 들어보긴 했다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강좌의 목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강력한 힘인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자는 것”으로 설정했다.
톡톡 튀는 어법, 걸죽한 입담, 풍부한 예시, 그러면서도 좌표설정이 분명한 그의 고전 텍스트 읽기는 경쾌하면서도 깊다.
왜 지금 마르크스냐고 물었더니, 대뜸 “지금 세상에 횡행하는 신자유주의니 뭐니 하는 말은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요컨대 지금 이 문제많은 우리 삶을 규정하고 있는 체제는 결국 자본주의체제고 비록 계급환원론적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그 본질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분석해낸 사람이 마르크스였다, 그러니 강좌 목표에 부합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적어도 그런 말로 들렸다. 그것은 일본 도쿄대 히로마쓰 와타루 교수가 현실사회주의체제 몰락 뒤 했다는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를 읽어야 할 때”라는 말보다 훨씬 더 실천적 함의가 강한 얘기로 들렸다. 그가 수강생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오라는 걸 강의 첫 과제물로 던지고, 책 서문에서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돌이켜 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본질, 즉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그 체제에 자신의 몸과 머리를 완전히 착취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안내하는 일종의 약도”라고 쓴 것도 그와 상통하지 않는가. 다시 왜 하필 <공산당선언>이냐는 질문엔, “팸플렛이니 (다른 마르크스 저작들에 비해) 얇고 싼데다 비교적 쉬워서” 접근하기 용이하면서도 자본주의의 본질을 적확하게 포착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의 목표를 “근대적 개인의 자각과 계급적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말로도 요약했는데, 알맹이 없는 보수우파 논객의 신자유주의 경제학 강의에 대학생들이 수백명씩 우루루 몰리는 “성찰없는 몰역사성의 시대”에 대한 힐난과 더불어 묘한 여운을 남겼다.
95년께부터 멀티미디어 콘텐츠 기획으로 밥벌이를 하면서 공부와 <우리교육>, 인터넷 블로그 <풀로 엮은 집> <라디오21>등을 통한 대중과의 만남을 계속해온 그의 내공이 예사롭지 않다. 새벽 4~5시부터 아침 8시께까지, 그리고 1시간 정도의 낮잠 공백을 빼고 끊임없이 읽고 쓰고 가르친다. 헤겔의 <정신현상학> 등 원전읽기는 하루 한 쪽도 나가기 어려운 ‘정통독법’인데 대학시절 스승과 독대하며 익힌 이래 지금까지 고수하며 제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http://armarius.net)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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