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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베트남 망명객·홍콩 감옥…‘시하눅빌 스토리’의 앞뒤 이야기

등록 2006-05-25 22:42수정 2006-05-26 17:21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br>
유재현 지음. 강 펴냄. 1만원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
유재현 지음. 강 펴냄. 1만원
잠깐독서

2004년에 나온 유재현씨의 첫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는 한국문학의 주소록 속에서 매우 독특한 지번을 가리키고 있었다.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한 이 연작소설집에는 북한 국적의 사내 한 사람을 빼고는 한국인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던 것. 유씨의 두 번째 소설집이 되는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는 <시하눅빌 스토리>의 앞과 뒤에 동시에 놓이는 책이다. 1992년 등단작인 <구르는 돌>과 <염천교> <객중제> 등이 80년대 민중문학의 자장 안에 머물러 있는 작품들이라면, 표제작을 비롯한 나머지 다섯 작품은 <시하눅빌 스토리>의 연장이거나 그 이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스탠리 스토리’ 1·2를 부제로 단 <누르마의 딸>과 <아사노 아쓰시의 꿈>은 홍콩의 감옥을 무대로 삼고 있으며, 한국인 ‘박’을 관찰자로 내세우긴 하지만 주인공은 각각 인도네시아인과 일본인 복역수의 몫이다. 표제작의 주인공 역시 20여 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베트남 망명객이며, 그나마 <방콕에는 산이 없다>와 <용서>만이 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표제작은 혁명의 ‘변절’에 환멸을 느낀 해방전선 게릴라 출신 숙부의 권유로 보트피플이 되어 미국에서 지내다가 귀국한 베트남인 ‘닌’에게 초점을 맞춘다. ‘해방’된 조국을 떠나야 했던 젊은 시절이나, 그로부터 20여 년 만에 귀국해서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주의 조국의 현실에 맞닥뜨려야 하는 지금이나 닌으로서는 낯설고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난 너무 늦게 온 것일까, 아니면 너무 빨리 온 것일까?’는 그가 독백처럼 내뱉는 질문이거니와, 그에 대한 한국인 관찰자의 대답(“중요한 건 당신이 돌아왔다는 것이지요”)은 닌의 당혹감과 환멸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하면서도 가능성과 전망을 아예 봉쇄해 버리지는 않으려는 작가의 안간힘의 표현으로 읽힌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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