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일씨 첫 소설집 ‘딸꾹질’
소수자·약자 다룬 단편 10편
소수자·약자 다룬 단편 10편
지난해 장편소설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로 좋은 평을 얻었던 송은일(42)씨가 소설집 〈딸꾹질〉(문이당)을 펴냈다. 1995년 등단 이후 장편만 다섯 권을 내놓았지만 작품집으로는 첫 책이다.
모두 10편의 단편이 촘촘하게 엮였는데,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이 두드러져 보인다. 스스로를 ‘이반’이라 부르는 동성애자들(〈랩소디 인 블루〉), 다운증후군을 앓는 여고생(〈써니를 위하여〉), 자폐 청년(〈꽃집 아줌마 강선덕의 특별한 하루〉), 죽음을 앞둔 간암 말기 환자(〈꿈꾸는 실낙원〉),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젊은이들(〈폐원에 돋는 별〉) 등이 그들이다. 〈꽃집 아줌마 강선덕의 특별한 하루〉에서 남편의 배신에 이은 죽음을 겪으며 고통스러워하던 주인공이 자폐 청년 ‘동화’의 등에 머리를 기대는 마지막 장면은 소수자와 약자들 사이의 연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작품을 비롯해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한 뒤 홀로 사는 여자들을 여러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37도 2부〉의 주인공은 ‘남란(男亂)’을 운위할 정도로 많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혼한 뒤에도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전남편, 헤어진 유부남 애인, 맞선 이후 세 번째 만남에서 몸을 섞은 이혼남, 분위기 있는 메일을 보내며 ‘작업’을 해 오는 카페 주인 등. 그러나 친구의 말마따나 그런 남자들이란 “37도 2부의 체온을 가진 숙주”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황폐하고 전망 없는 관계에 어울리게, 많은 작품이 유보적인 결말을 거느리고 있는 점 또한 송은일 소설의 특징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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