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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보다 ‘冊’이 더 어울리는 글

등록 2006-06-08 21:32수정 2006-06-09 14:56

책<br>
김남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8500원

김남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8500원
소설가 김남일(49)씨가 책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산문집 <책>을 펴냈다. “冊만은 ‘책’보다 ‘冊’으로 쓰고 싶다. ‘책’보다 ‘冊’이 더 아름답고 더 ‘冊’답다.” 소설가 이태준이 책에 관해 쓴 유명한 산문의 한 대목을 작가 역시 인용하고 있거니와, <책>의 표지에는 책(들)의 모양을 닮은 한자 ‘冊’ 자가 큼지막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태준만큼은 아니더라도 책에 관한 작가의 태도는 역시 고전적이라 이를 법하다.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는 제목 아래 묶인 글들에서 그는 책의 형태와 기능의 급속한 변화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당혹감을 숨김 없이 피력한다. 무거운 백과사전을 들고 복사기 앞에 줄을 섰다가 필요한 대목을 복사하거나, 종이신문 몇년 치를 착실하게 모아 두기도 했던 그는 사전과 신문이 시디롬으로 간편하게 구워져 나오는 세태 앞에 망연자실해한다. 전자책으로 소설을 내는 동료 작가를 지켜보면서, 원고지에서 타자기를 거쳐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로 진화해 온 자신의 글쓰기의 역사를 회한 어린 어조로 반추하기도 한다.

‘내 마음의 불온서적’이라는 제목 아래 묶인 제2부의 글들은 또 다른 형태의 ‘고전’적 풍경을 보여준다. 정치적 자유와 함께 사상과 표현의 자유 역시 극도로 억눌러야 했던 독재 치하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다. 금서로 묶였던 김지하 시집 <황토>를 힘들게 빌려서는 흥분 속에 밤새도록 필사했던 일, 시뻘건 표지에 ‘역사에 던지는 목소리’를 부제로 내세운 <실천문학> 창간호를 만났을 때의 낯선 감동, ‘양서협동조합’이라는, 공상적 사회주의의 냄새를 풍기는 허름한 책방에서 일어판 이념서적을 비밀리에 강독했던 청년기의 벗들, 우연히 들춰 본 옛적 소설책의 표지에 찍힌 법무부 관인의 ‘독서열독허가증’ 등은 독자를 고통스러웠지만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로 안내한다. 평생 산과 책과 길에 관한 딱 세 권의 산문집 ‘산/책/길’을 내고 싶다는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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