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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 꽃 한 송이가 우리 농업 구할 겁니다”

등록 2006-06-08 21:50

서양란 화려함과 동양란 그윽함 함께 가져
사재 털어 책 준비…도서관·연구소 무료기증
대량 수출길 열리면 FTA 해결책 될 것
[이사람] ‘새우난’ 사진·생태·특성 분류한 책 낸 장길훈씨

“양란보다 색깔과 모양, 향기가 뛰어난 자생종 새우난을 대량 재배한다면 한해 140억여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광주의 난 애호가 장길훈(58·국토측량설계공사 대표)씨가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새우난 292종의 사진 576장과 이들의 종류·생태·특성 등을 분류한 321쪽짜리 단행본 〈새우난〉을 펴냈다.

새우난(학명 Calanthe는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꽃’)은 뿌리의 모양이 마치 새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난 종류에 견주어 꽃과 잎이 크고 4~5월에 갈색·녹색·황색·녹색의 꽃을 피운다. 서양란의 화려한 색깔과 동양란의 그윽한 향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명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1981년부터 춘란·한란·풍란을 기르다 93년 새우난을 만나면서 다양한 화형과 그윽한 기품에 빠져들었다”며 “관심이 깊어지면서 전문서적을 찾았지만 국내에는 없어 내친 김에 책을 써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우난의 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5년 전부터 사재 6천여만을 들여 국외를 20여차례 드나들면서 사진 3천여장과 자료 수천점을 모았다. 특히 자생종 새우난이 자유무역협정의 파고 속에 대책 없이 내몰린 농촌과 농민한테 한 줄기 희망을 줄 수 있는 품목이라는 믿음에 이르자, 발길은 더욱 바빠졌다.

국내 새우난은 금새우난·신안새우난·한라새우난·여름새우난·다도새우난 등 9종에 이른다. 태안~신안~거제를 잇는 서남해안과 제주도·거문도·울릉도 등지에 분포한다. 계절이 뚜렷하고 기후와 토양 조건이 좋은 덕분에 중국·일본·대만의 품종에 견주어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고 향기도 뛰어나다.

“외국 애호가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을 갖췄어요. 인공적으로 수분해 씨앗을 얻은 뒤 무균상태에서 배양하면 3~4년 안에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습니다.” 상업화를 확신하는 그는 “특허료가 들어있는 서양란의 국내 화분값이 5만~10만원인데 새우난은 3만~7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며 “일단 대량 재배에 성공하면 한 촉(뿌리)에 2천원부터 5천만대인 일본의 새우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를 위해 책 안에 새우난의 생태·구조뿐만 아니라 판별법·번식법·시비법·방제법·계절별 관리요령 등을 꼼꼼하게 담았다. 또 책을 쓰는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보답으로 대학도서관과 농업연구소에 1천권을 기증해 지식을 나눌 예정이다.

그는 “책을 준비하면서 낮과 밤이 바뀌어 건강을 크게 해쳤다”며 “지난해 11월 끝내 심장병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지만, 고비를 넘기고 책을 펴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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