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1, 2
바버라 캐디 지음. 장 자크 노데 사진 편집. 박인희 옮김. 거름 펴냄. 각권 1만4900원
바버라 캐디 지음. 장 자크 노데 사진 편집. 박인희 옮김. 거름 펴냄. 각권 1만4900원
잠깐독서
20세기가 저물어 가던 무렵 언론과 출판 쪽에서는 지난 한 세기를 되돌아 보는 이런저런 기획들이 다투어 나타났다. 특히 20세기 인류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살았던 세기를 정리하는 성격의 기획은 독자(또는 시청취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미국의 편집자이자 출판인인 바버라 캐디가 지은 <아이콘>(원제는 Icons of the 20th Century로 1998년에 출간)은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200명의 인물을 통해 20세기를 조망하고 평가하자는 것.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 자신 200명에 포함되기도 했다)과 헬무트 뉴튼, 로버트 카파를 비롯한 세계 유수 사진가들이 찍은 흑백사진이 곁들여져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원서에서는 아마도 미국의 여성 사회운동가인 제인 애덤스(Jane Addams)에서부터 멕시코의 혁명가 에밀리아노 사파타(Emiliano Zapata)까지 알파벳 순으로 정리되었을 이름들이 한국어판에서는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에서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까지의 1권, 그리고 과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에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가이까지의 2권으로 나뉘어졌다. ‘20세기의 대표선수’로서 예상 가능한 인물들이 대부분 포함된 가운데, 흑인 여성 무용수 조세핀 베이커, 스페인의 반프랑코 투사 돌로레스 이바루리, 해양 탐험가 자크 쿠스토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들을 ‘발견’하는 기쁨은 쑬쑬하다. 그러나 인물 선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미국적’이라는 점만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왈가닥 루시>의 루실 볼, 갱 두목 알 카포네, ‘만능 운동선수’ 짐 소프, 기자 출신 방송인 에드워드 머로와 같은 미국인들이 포함된 것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무엇보다, 레닌과 브레히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물론 영화인 찰린 채플린까지 좌익 내지는 반미주의자로 분류될 법한 인물들에 대한 서술은 과도하게 부정적이다(사르트르는 드문 예외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