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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과학적 투자’ 내세워 제목 차별화

등록 2006-06-29 20:54수정 2006-06-30 16:49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

일생 동안 사게 되는 상품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을 정작 가장 비과학적, 비논리적으로 판단해 구매한다면? 당연히 말도 안될 노릇이지만, 대한민국에선 그렇다. 바로 집, 곧 부동산 이야기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은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논리나 분석보다는 직관, 입소문, 감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한평생 고생해 모은 돈으로 집을 사는데 실물을 짓기도 전에 모형(모델하우스)만 보고 사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텐데, 그렇게 팔아도 잘 팔린다. 부동산 투자도 별다르지 않다. 철저하게 수익성이나 성장가능성을 분석해서 결정하기보다는 가족과의 거리, 오래 살았던 지역인지의 여부 등을 따져 지역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거래가 이렇게 비논리적인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는 탓에 부동산 관련책들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란 카피는 ‘침대는 과학이다’란 카피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요즘 부동산·경매 관련 분야에서 단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는 책 <고종완의 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점에서 단연 책 제목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 부동산 관련서적들이 풍기는 이미지는 그만큼 과학적이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은 4월 초순 출간돼 지금까지 두달 여만에 5만4000여부가 팔렸다. 독자가 한정되는 탓에 부동산 실용서들이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2만부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앞서 말했듯 왜 ‘과학’을 앞세운 제목이 성공의 1등 공신인지는 다른 책들 제목과 비교해보면 분명해진다. 워낙 많은 부동산·경매 관련서가 쏟아져나오면서 최근 이 분야 책들 제목은 조금이라도 돋보이기 위해 점점 더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며 허황되게 느껴질 정도로 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박’이란 낱말은 너무 약해 지나간 지 오래다. ‘~백만원 흉지로 ~억원 버는 기술’ ‘월세 단칸방에서 수십억대 강남 아파트로’ ‘~천만원으로 재벌되기’…. 제목이 사실이라면 이 책들은 거의 알라딘의 램프나 도깨비방망이나 다름없다.(실제 ‘도깨비’까지 등장시킨 제목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으로 ‘과학’이란 컨셉트를 강조했고, 차별화에 성공했다. 물론 지은이의 지명도를 앞세운 기획인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지만 분명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선택이다. 책을 쓴 고종완씨는 요즘 부동산 컨설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투자상담가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 언론 인터뷰 요청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다. 책의 띠지는 ‘부자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하는 투자 전문가’라는 문구로 표현했다.

‘지은이 인지도’ 그리고 ‘과학을 내세운 제목’과 함께 이 책을 돋보이게 만든 것이 표지 디자인이다. 책도 디자인이 좋아야 잘팔린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부동산 책들은 대부분 철저할 정도로 요즘 책 디자인트렌드와는 거리를 두어왔다. 오로지 매대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게 하는 데만 촛점을 맞춰 강렬한 원색이나 형광색으로 표지를 도배하는 게 부동산책들 특유의 ‘그들만의 디자인트렌드’였다. 반면 이 책은 지은이의 얼굴 사진을 차분한 색조로 덧칠하는 등 일반 교양서같은 분위기를 내는 표지 디자인으로 갔다.


물론 모든 분야의 실용서들이 그렇듯 부동산 책들도 기본적인 원론들을 종합해 조금씩 다르게 변주한 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책 역시 내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책 뒷부분에 특별부록처럼 편집한 ‘비밀노트’ 부분이 지은이만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보라는 느낌을 준다.

부동산책들은 전문분야다보니 기본적으로 초보자들이 보기는 쉽지 않은 편이고, 또한 책의 분량을 늘이기 위해 설명에 사족이 많은 편이다. 편집자 신현숙씨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핵심 개념을 강조하기 위해 주저리주저리 늘어지는 설명을 최대한 없앴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획의도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 책은 부동산투자 관련서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며 먼저 읽어볼만한 책이란 입소문을 얻었고, 올 상반기 가장 성공한 부동산관련서가 됐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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