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흐름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예문 펴냄. 9500원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예문 펴냄. 9500원
<여름의 흐름>은 마루야마 겐지(61)의 중단편 소설선집이다. <물의 가족>과 <달에 울다> 같은 작품을 통해 국내에도 마니아 독자층을 거느린 일본 작가의 중편 둘과 단편 넷이 묶였다. 표제작은 마루야마 겐지의 1966년 등단작이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교도소의 고참 간수 사사키와 신참 나카가와. 새로 들어온 나카가와가 죄수의 사형에 입회하는 일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만둔다는 것이 소설의 핵심적인 사건이다. 사형 집행 과정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으며, 사형수의 죽음과 사사키 부인의 뱃속 아기의 태동을 대비시키며 일상 속에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양상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단편 <바다> 역시 친구의 죽음 이후 그의 바닷가 별장을 빌려 쓰는 주인공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를 담담하게 다루었으며, <만월의 시>는 아르바이트로 남의 집을 봐주는 젊은이가 벽에 걸린 그림과 현실이 뒤섞이는 환상 여행을 경험하며 하룻밤을 새우는 모습을 그야말로 시적으로 묘사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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