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
정주리·박영준·시정곤·최경봉 지음. 고즈윈 펴냄. 1만1500원
정주리·박영준·시정곤·최경봉 지음. 고즈윈 펴냄. 1만1500원
<황산벌>이라는 영화가 있다. 신라와 백제가 벌인 전투를 그린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유신도 계백도 아니었다. 진짜 주인공은 ‘말’이었다. 신라 병사들이 쏟아내는 경상도 사투리와 백제 병사들이 내뱉는 전라도 사투리의 맞섬은 창·칼의 부딪침보다 더 격렬하고 짜릿한 쾌감을 준다. 그런데 정말 김유신과 계백은 말이 통했을까?
대학에서 국어학을 가르치는 4명의 지은이들은 역사책 곳곳에서 우리말과 관련된 조각들을 뽑아 재구성했다. 백제 무왕이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유혹하기 위해 신라 아이들에게 자기가 지은 노래를 부르게 했다는 전설은 두 나라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추측을 하게 한다. 최근 중국이 자신들 역사에 포함시키려 하는 고구려 말 또한 백제·신라의 말과 통했다는 사실 또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구려가 우리 민족 역사임을 증명하는 데 이보다 더한 증거가 또 있을까. 활을 잘 쏘는 사람에게 붙이는 이름이었던 ‘주몽’부터 ‘김C’까지 이름에 반영된 사회상에 대한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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