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동 영번지
서희 지음. 심지 펴냄. 1만원
서희 지음. 심지 펴냄. 1만원
충남 보령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서희(본명 서순희·47)씨가 첫 소설집 <대천동 영번지>(심지)를 펴냈다. 중편 하나와 단편 일곱이 묶인 소설집은 대체로 답답하고 억압적인 현실에 놓인 여성들의 탈출 욕구를 다루고 있다. 유일한 중편인 <스파클라>에서,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을 대신해 하루종일 금은방을 지켜야 하는 ‘지수’는 “폐쇄된 공간에 넌덜머리”를 내며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젊은 남자를 만난다. 남편의 시점을 취한 단편 <대천 블루스>의 주인공 ‘은희’ 역시 하는 짓이 지수와 비슷하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카페를 운영하는 <애모 카페>의 주인공 ‘윤자’는 시어머니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것이 소원이고, <노랑 저고리>의 주인공 ‘말희’는 잘나가는 한복집의 주인이지만 자신의 가게를 “심성을 갉아먹는 몹쓸 곳”으로 여기며 벗어나기만을 호시탐탐 노린다. 작가의 남편인 시인 안학수씨가 발문을 썼고, 작가 부부의 술친구이자 문학적 도반인 소설가 송기원·한창훈씨가 표사를 보탰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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