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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눈친구 만화랑 귀친구 음악이랑

등록 2006-07-13 21:38수정 2006-07-14 17:11


책 권하는 휴가

다양한 만화의 종류만큼 만화에 대한 선호도 다 다르다. 짧고 유쾌한 만화에 최고의 만족감을 갖는 사람이 있고, 길고 장대한 만화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뷔페로 한 상 가득 차려내기에 급급해서는 뭔가 알맹이가 없을 터, 간단한 상차림으로 알차게 소개해 보자. 지금 당장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작품들로 골랐다.

신의 물방울
글 아기 다카하시, 그림 오키모토 슈
학산문화사, 6권 발간 중

이 ‘미식만화’를 보면 와인이 달리 보여
최근 화제가 된 ‘구르메’(gourmet, 미식가) 만화다. <맛의 달인>이나 <초밥왕> 등에서 ‘앗! 저것은 무슨무슨산 전갱이로 최고의 어쩌구…’ 하는 대사를 날리며 놀라운 표정으로 음식 맛을 시각화하거나, 냉정한 얼굴로 ‘이것은 아니야’라는 타박을 주는 사람들이 바로 구르메들이다. <신의 물방울>은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는 ‘요리만화’가 아니라 최고의 맛을 찾는 ‘미식만화’다. 만화를 보다 보면 아무 생각없이 마셔댔던 와인에게 미안해지고, 와인 산지와 빈티지(생산연도)를 알아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바람의 파이터
방학기
길찾기 펴냄(전 10권)

드래곤볼 저리가라…펜의 힘이 살아있다
요즘 만화를 보면 서사는 사라지고, 현란한 연출과 취향의 코드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서사에 목말라하는 만화 팬들이라면 장장 3년 동안 스포츠신문에 매일 연재되던 이 만화를 읽어보자. <드래곤볼>처럼 허무맹랑한 천하제일무술대회가 아닌 극진 가라테의 창시자 최배달의 진짜배기 실전이 펼쳐진다. 1인칭 시점의 유장한 나레이션은 예스럽지만, 그 때문에 꼼꼼하게 읽어나가니 시간도 쉬 지나간다. 펜의 힘이 살아있는 그림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NHK에 어서 오세요!
글 다츠히코 타츠모토, 오이와 켄디
학산, 4권 발간 중

‘은둔형 외톨이’들아, 이 만화에서 만나자
제목만 들으면 방송 스타를 꿈꾸는 연예 지망생 만화 또는 PD 지망생 만화쯤으로 생각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이 NHK라는 것이 ‘일본(니혼) 히키코모리 협회(교카이)’의 약자다. 여기에 핵심은 ‘히키코모리’. 번역본에서는 ‘폐인’이라고 번역했는데, 비슷하지만 다르다.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토리로, 본의 서브 컬쳐에 탐닉하는 이들이 많다. 이쪽 취향에 어두운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상황이 나오지만, 전형적인 일본만화의 과장에만 적응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기선 지음
서울문화사, 2권 발간 중

개그 센스 만점…대중문화 코드 난무
제목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구조를 서브컬처 문화에 맞게 적용시킨 만화다. 처럼 온갖 대중문화 코드가 난무하는데, 개그 센스가 뛰어난 작가라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얼핏 보면 여고생으로 보이는 게임방을 경영하는 스물 여섯 유부녀와 딸과 미소년 여성만화 작가가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발랄하고 경쾌한 에피소드들이 줄거리. 보다는 취향 문화에 대한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박인하/만화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여름에 떠나는 휴가. 무더위를 식혀줄 바캉스. 여기에 음악이 있다면 금상첨화, 라는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 때 먼저 떠오르는 음악은 대개 빠르고 경쾌한 댄스 혹은 일렉트로니카 음악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게도,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몇몇 곡이나 가수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혹은 계절마다 출시되는 기획품들은 일부러 찾지 않아도 이곳저곳에 주렁주렁 걸려 있지 않던가. 그렇지만 사실 어떤 특정 용도의 음악이란 게 따로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어떤 것이든 이 여름나기를 위한 여행길에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을. 그렇기에 아래는 대개 아주 진부한 선곡에, 때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선별에 의한 것이다.

〈DJ DOC DJ.DOC 4th Album〉 (1997)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추는 신나는 댄스곡
시간을 거슬러 올라와보자. 1996년 (3.5집 여름 스페셜 음반에서) 하계용 댄스곡을 신나게 불러댔던 악동 그룹 디제이 디오씨는 4집에서도 키 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Part 2)’를 재차 실으며 여름 댄스 음악 레파토리를 이어간다. 이 곡과 쌍두마차를 이루는 ‘DOC와 춤을’은 남녀노소 전국민적 반향을 일으키며 일명 '관광버스 춤'을 추게 만든 곡. 그뿐인가. 4집은 디제이 디오씨의 새로운 탄생을 알린 앨범이 되었다. 힙합 그룹으로서, 거리의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비장하게 알리는 데 전초전이 된 음반. 전과는 다소 다른 거친 톤의 사운드, 강렬한 랩에 정치 풍자적 내용을 담은 ‘삐걱삐걱’ 같은 곡들이 그 증거.

이정선 〈The Best of 이정선〉 (2005)

나무 아래서 한가로이 흥얼대는 뭉게구름·여름…
이번에는 산과 들로 떠나는 이들을 위한 음악이다. 뭉게구름 넘실 피어나는 하늘을 배경으로 고즈넉한 나무 밑에 누워 한가로이 즐길 수 있는... 그룹 사운드 버전의 피서곡이 ‘해변으로 가요’라면, 포크 버전의 여름 노래로 ‘여름’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 한국 포크의 대부 이정선, 그리고 그가 이끌던 혼성 4인조 해바라기식 정의에 따라 한때는 ‘젊음의 계절’ ‘사랑의 계절’을 ‘흥에 겨워’ ‘싱얼롱’했던, 그러나 이제는 포크 역사의 자화상으로 상정된 곡이다. 이와 더불어 이정선의 노래들에는 어쿠스틱 기타, 보컬 화성에 의한 순수주의 포크와 자연친화적인 목가(牧歌)가 교차한다. 전원적 서정주의 미학 그 자체라 할 ‘구름, 들꽃, 돌, 여인’ ‘뭉게구름’ ‘여름’ 등의 포크와 더불어 이정선이 토착화시킨 블루스 베스트들을 들을 수 있다.

〈Fantasia De Navidad (A Siesta Christmas Collection)〉 (2003)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베고 낮잠을 청해볼까
이번에는 좀 독특하게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으로도 훌륭한 청량제 노릇을 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느긋하게, 아주 게으르게 낮잠에 취하면서... 나무그늘 혹은 해변에 간간히 부는 바람을 맞거나, 그도 아니면 그저 집 방바닥에 누워 ‘방콕’하면서...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 아메리카의 낮잠 풍습을 가리키는 용어에서 이름을 따온 레이블 ‘시에스타’의 이 컬렉션은 이 나른하고 나태한 바캉스의 친구가 된다. 보사 노바, 트위팝, 시부야계 사운드, 라운지 팝 등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부르는 노래들은 휴식을 위한 배경 음악이 되어줄 것이다. 때로는 정겨운, 때로는 외롭고 고독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이 판타지는 한여름 한증막 속에 산들거리는 미풍을 전달해 주지 않을까.

팻보이 슬림 〈The Greatest Hits: Why Try Harder〉 (2006)

신나는 리듬과 비트…월드컵 열정 다시 한번
통상 바캉스 음악이란 신나는 리듬과 경쾌한 비트를 동반하는 것이다. 그 리듬과 비트는 디제이들의 솜씨에 의한 것이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에 내한한 바도 있는, 노먼 쿡이라는 한 사나이가 ‘팻보이 슬림’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간판으로 삼아 벌이는 디제이 프로젝트는 어떨까. 이미 경쾌하고 재기발랄한 일렉트로니카 빅 비트 제왕으로 등극한 그가 최근 발표한 베스트 앨범을 만나보자. FIFA 삽입곡으로 유명한 'Rockafeller Skank', 그의 대표곡 'Praise You', 'Right Here, Right Now' 등 초기 히트곡들, TV 광고음악으로 사용된 'Slash Dot Dash'까지 망라되어 있다.

최지선/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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