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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 아빠는 왕년의 운동권

등록 2006-07-20 19:43수정 2006-07-21 16:24

남쪽으로 튀어! 1, 2<br>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펴냄. 1권 9400원, 2권 9000원
남쪽으로 튀어! 1,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펴냄. 1권 9400원, 2권 9000원
나오키상 수상작인 <공중그네>의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47)의 새 장편소설 <남쪽으로 튀어!>가 출간되었다. ‘노마 문예 번역상’을 수상한 양윤옥씨가 번역을 맡은 이 소설은 운동권 출신 아버지를 지켜보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년 ‘지로’의 이야기다. ‘왕년의 운동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화두를 경쾌한 필치로 풀어나갔다.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는 과거 ‘혁공동(아시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전설적인 행동대장 출신 인물. 대부분의 운동권 출신들이 체제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살아가는 것과는 달리 지로의 아버지는 여전히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다만 방법론에 대한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일어나.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라는 말이 가리키는 그의 이념적 현주소는 아나키즘에 가깝다. 콜라나 캔커피는 미국의 음모이며 독이라 믿고, 관청을 벌레보다 싫어하며, 국민연금과 의무교육은 ‘노생큐’다. 시민운동 단체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려 한다.

번역본은 두 권으로 나뉘어졌다. 제1권은 우에하라 가의 원래 거주지인 도쿄가 무대이고, 제2권은 남쪽 오키나와 열도의 이리오모테 섬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제1권에서 주인공 지로를 괴롭히는 것은 하는 일 없이 사사건건 말썽만 일으키는 아빠, 그리고 초등학생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불량한 중학생이다. 아버지의 운동권 후배가 조직 내 상대 분파 대장을 살해하는 사건에 우에하라 가가 연루되면서 가족은 남쪽 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지로는 중학생 형을 통쾌하게 때려 눕힌다.

제2권에서 주인 없는 빈집을 수리해 들어간 우에하라 가는 그 집의 법적 소유주인 리조트 개발업자에 맞서 싸움을 벌이게 된다. 환경과 전통문화의 파괴로 이어질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 역시 그들의 싸움을 지원하고, 매스컴을 탄 아버지는 일약 영웅으로 부각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싸움은 패배로 돌아가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체포를 피해 또 다른 섬으로 숨는다. 그러나 싸움의 과정을 통해 지로는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고 나아가 존경하기에 이른다. 왕년의 운동권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라는 아버지의 말이 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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