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번역원이 20일 서울 경복궁 안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문학 세계화의 현실과 전망’ 대토론회 열고 있다. 사진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번역 대토론회’ 뜨거웠던 진로모색
한국문학 번역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원장 윤지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연 대토론회 ‘한국문학 세계화의 현실과 전망’이 그것이었다. ‘번역원의 역할과 나아갈 길’을 부제로 삼은 토론회에는 한국문학 및 번역 관련자 100여 명이 참석해서 성황을 이루었다.
대상작품 선정 체계화 번역자 공모를
토론의 주제는 크게 △번역원의 위상과 역할 △한국문학의 정체성 △번역사업의 현황과 과제 △고전문학이냐 현대문학이냐 △번역가의 위상 제고 △번역원의 구체적 사업 방안 등으로 모아졌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평론가 염무웅(영남대 독문과 교수)씨는 “이제까지 한국문학 번역 대상 작품 선택은 순전히 번역자의 자의에 맡겨져서 한국문학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번역원이 번역 대상 작품 목록을 작성해서 번역자를 공모하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지관 원장은 “문단과 출판계, 학계의 논의를 모아 번역 대상 작품 목록을 작성하고 번역 지원에서 자유공모와 함께 지정공모를 병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평론가 김우창(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씨와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씨는 한국문학과 문화의 고유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고전문학의 번역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 저작권 에이전트인 이구용(임프리마 상무)씨와 최영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은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한 현대문학의 번역과 작가 소개에 역점을 둘 것을 주문해서 상이한 견해를 보였다.
우수번역자 안정적 지원 연구업적도 인정해줘야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사회적 평가 제고에 대해서는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우수한 번역자에게는 일회성 고료만이 아니라 계약기간 중 고정인건비 지급 및 국외연수 기회 제공 등의 방식으로 다양하고 안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번역을 연구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학계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청중으로 참여한 미국 출신의 고전문학 번역가 서반석씨는 “‘번역 인력’이라는 표현에 이미 번역자를 단순기능직 또는 머슴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들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번역 작업에 대한 평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최영 대학원장은 평가제도와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명환 서울대 영문과 교수도 “번역의 충실도를 평가하되 단순히 부정확하거나 불충실한 면을 가려내는 데 그치지 말고 번역문 스타일이 원문과 어울리는지 여부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은 이호철 조정래씨 등 “번역원 예산 확대” 응원 이날 토론회에는 시인 고은씨와 소설가 이호철·조정래씨 등 문인들도 청중으로 참석해 번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고은씨는 “사실 문학 창작 행위 자체가 세계를 번역하는 것”이라는 말로 번역의 중요성을 에둘러 표현했고, 조정래씨는 “번역원의 연간 예산을 현재 50억원 규모에서 두세 배로 늘리도록 오늘 토론회에 참가한 우리가 직접 나서서 투쟁하자”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윤지관 원장은 마무리 인사말에서 “이제까지 한국문학 번역은 양적 접근에 치중해 왔으나 이제 질적 접근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라며 “번역원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고은 이호철 조정래씨 등 “번역원 예산 확대” 응원 이날 토론회에는 시인 고은씨와 소설가 이호철·조정래씨 등 문인들도 청중으로 참석해 번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고은씨는 “사실 문학 창작 행위 자체가 세계를 번역하는 것”이라는 말로 번역의 중요성을 에둘러 표현했고, 조정래씨는 “번역원의 연간 예산을 현재 50억원 규모에서 두세 배로 늘리도록 오늘 토론회에 참가한 우리가 직접 나서서 투쟁하자”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윤지관 원장은 마무리 인사말에서 “이제까지 한국문학 번역은 양적 접근에 치중해 왔으나 이제 질적 접근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라며 “번역원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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