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발명과 근대
윤상인·박규태 엮음. 이산 펴냄. 1만8000원
윤상인·박규태 엮음. 이산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만들어진, 상상의, 발견된, 발명된. 근대적 국민국가의 탄생에는 온갖 우연의 통과제의를 거친 영웅의 신산함이나, 피냄새 나는 혁명의 핍진함이 아닌 인공의 찬기운이 느껴진다. ‘국민’이라는 근대적 주체가, ‘내면’이라는 새로운 자아가, ‘아동’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대상이 만들어지고 발견되고 발명된다. 지금-현재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제도와 개념들이 한꺼번에 대량생산되며 터져나온 빅뱅의 순간이다.
1800년대 깊숙한 후반 홋카이도라는 ‘풍경의 발견’ 속에서 타자를 배제하는 근대적 주체와 대면했던 가라타니 고진이나 민족이라는 농도 짙은 점액질을 ‘상상적 공동체’로 응고시킨 베네딕트 앤더슨류의 인식의 틀거리는 이제 낯설지 않다. 여기 ‘일본이라는 것’이 발명되는 과정을 통해 비유럽 최초로 근대화와 제국주의화에 성공한 한 나라의 출생증명서가 묶여 나왔다. 일본 종교인 신도·민속학·음악·고고학 등 10가지 주제가 열쇳말이다.
그들의 근대화는 곧 우리에겐 침략이었기에 논문들은 일본을 다루면서도 한일 양국에서 ‘내셔널리즘’이 가지는 온도차를 세밀하게 재나가지만, 차이는 크지 않은 듯 하다. 예를 들어 “이순신의 불멸성은 한국 내셔널리즘의 불멸성을 의미하며, 연쇄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내셔널리즘을 불멸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허우성) 그러나, 영화는 전자결제 시대에 국새를 찾겠다고 푸닥거리를 하고 TV 속 연개소문은 중국을 향해 말고삐를 바투잡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마루야마 마사오의 대담집 <번역과 일본의 근대>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국강병을 위해 화약제조를 위한 화학책 번역이 줄이었다는 일본. 그러기에 외환위기통에 국가가 연구와 인력 양성에 눈을 돌린 BK21 지원금으로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은 그 뜻이야 어떻든 또 하나의 은유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