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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각박하지 않은 ‘경쟁 지침서’ 권합니다”

등록 2006-07-27 21:31수정 2006-07-28 15:42

일곱 새엄마 겪으며 독학한 의지로 마케팅·경제학책 벌써 17권
이번엔 생활 속 경쟁 원리 파헤쳐 “아이들 사랑도 경쟁하면 커져요”
인터뷰/‘유쾌한 팝콘 경쟁학’ 쓴 김광희 교수

텔레비전에서 기아자동차와 노키아 휴대폰 광고를 연달아 본 뒤 둘은 ‘경쟁관계’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유는 뭘까? 철자를 잘 뜯어보면 답이 보인다. 기아(KIA)자동차 광고 다음 노키아(NOKIA=NO+KIA) 광고라니.

단순한 말장난 같지만 둘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 고객들이 비슷한 기능을 하는 도구들의 만족도를 비교해 은연중에 경쟁관계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한 은행의 친절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받은 뒤 주변의 퉁명스런 가게 주인과 맞닥뜨리면, ‘고객 서비스가 엉망이야’라며 영영 발길을 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요구르트 아줌마의 경쟁자는 누굴까? 우유 아줌마나 야채즙 아줌마라고 생각했다면 땡!이다. 궁극적 경쟁자는 학습지 아줌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부모들은 요구르트를 끊을까, 학습지를 끊을까 고민하다가 요구르트를 끊는다. 한국 부모에게는 아이들 교육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또 음식에 조금 신경 쓰면 건강은 집에서도 챙길 수 있다.

<유쾌한 팝콘 경쟁학>은 이런 식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생활 속의 친근한 예로 ‘경쟁’을 파고드는 책이다. 지은이 김광희(41·협성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씨가 책을 쓴 이유도 “경쟁력 있는 경쟁에 대한 책이 아직까지 전무해서”다. 다른 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김씨는 지금까지 17권의 마케팅, 경제학 관련 책을 냈고 여러 기업 직원들에게 창의력과 마케팅, 경영전략을 강의해왔다. 그래서인지 책에도 김씨의 입담이 묻어난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정렬적인 강사”라고 인정한다.

김씨는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새어머니는 일곱 번 바뀌었다. 도시락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 중학교 때는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했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자동차 회사의 말단사원으로 일하면서 야간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결국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런 지난한 삶의 과정이 그에게 경쟁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 것일까?


“경쟁(競爭)의 뜻은 한자를 풀이하면 명확합니다. 설립(立)자 두 개 아래 맏형(兄)자 두 개가 있습니다. 즉 실력있는 고수들이 서서 다툼을 벌이는 겁니다. 용납이란 없는 치열한 싸움이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는 고정관념(Stereotype)을 버리고, 변화(Change)를 읽고, 1㎜(One millimeter)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비선형(Non-linear)을 수긍하고, 남과 차별화(Difference)하며, 유연성(Flexibility)을 기르고, 무형가치(Intangible value)를 창출하고, 현실을 직시하라(Look at the current reality)고 충고한다. 그가 이름 붙인 ‘스컨필의 법칙’이다.

그러나 그가 얘기하는 경쟁은 각박하지만은 않다. 누가 진정한 경쟁자인지도 헷갈리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지만 “경쟁을 해야 시장도 커지고 이익도 함께 커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 편의점A가 혼자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맞은 편에 편의점B가 새로 생겼다. A가 가진 시장을 둘로 쪼개 둘 다 망할 것인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하루 200만원의 매출을 내던 A의 매출이 150만원으로 줄고, 새로 진입한 B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똑같이 15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결국 시장은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경쟁이 있기에 공존도 가능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자나깨나 ‘경쟁’을 화두로 삼고 사는 그는 아이들에게 사랑 받는 아빠가 된 비결도 경쟁으로 설명한다.

“큰 아들만 있을 땐 찬밥신세였는데 쌍둥이 남매를 낳고 나서는 이 녀석들이 아빠 품에 안기려고 경쟁하는 통에 행복합니다. 아이들 사랑은 경쟁하면서 더 커진 거예요. 이러니 경쟁은 좋은 것 아니겠어요?”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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