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노어 마르크스
스즈키 주시치 지음. 김욱 옮김. 프로메테우스 펴냄. 1만8500원
스즈키 주시치 지음. 김욱 옮김. 프로메테우스 펴냄. 1만8500원
마르크스를 조롱하기 위해 곧잘 인용되는 그 유명한 경제적 무능력, 혹은 <자본론> 탄생과정의 간난신고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배경. 마르크스의 가족이 낯선 여성 사회주의자의 이름을 통해 혁명의 가족사를 이어간다.
적들에겐 공포였지만 가족에겐 자상했던 아버지가 손수 지은 동화-탐욕적 부르주아 세계를 인형들의 모험에 빗댄-를 들으며 자란 아이. 언니가 혁명가와 결혼하며 아버지의 길을 반쯤 따랐다면 “어릴 적부터 프롤레타리아에 인생을 바친다는 의미를 알고 있던” 그 아이, 엘리노어는 스스로 혁명가가 되는 길을 택한다. 셰익스피어와 연극을 열망했던 그는 영국 노동자계급의 격한 투사이자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인 <자본론> 영문판을 세상에 내놓은 진정한 적자였다. 남편의 배신 속에 열정과 자유로움의 불꽃이 안으로 타들어가며 맞이하는 죽음까지. 저자가 그러모은 일기와 편지를 통해 촘촘히, 그리고 박진하게 다가온다. 그러니 ‘마르크스가 안 읽히는 마당에 마르크스의 딸이라니’라는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자.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