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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3인’ 박희도, 여제자와 키스 내기 화투판

등록 2006-08-03 20:32수정 2006-08-04 14:30

경성기담<br>
전봉관 지음. 살림 펴냄. 1만2000원
경성기담
전봉관 지음. 살림 펴냄. 1만2000원
잠깐독서

1933년 5월16일 오전 7시30분, 지금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부근 쓰레기 매립지에서 몸통 없는 아이의 머리가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서대문경찰서에 날아들었다. 그로부터 21일 뒤인 6월 5일 공동묘지에서 머리 없는 아이 주검을 확인하고 그 이틀 뒤 범인을 붙잡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은 당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한껏 들춰 보여주었다. 병을 앓아 죽은 아이를 암매장한 경우들이 속속 적발되었고 생활고를 비관해 목 매 달아 죽은 자살한 사내의 사체가 확인되었으며 토막촌에 사는 하층민들과 걸인, 나병 환자 등이 줄줄이 붙잡혀 갔다….

젊은 국문학자 전봉관 교수(35·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가 쓴 <경성기담>에는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일제 강점기 신문과 잡지에서 10여 차례 이상 보도된 사건 가운데 역사책에서 한 줄 이상 기록되지 않은”이라는 기준에 따라 네 건의 살인 사건과 여섯 건의 스캔들이 수집됐다. 공적이고 이성적인 역사가 누락시킨 사적인 욕망의 영역을 복원시키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314건의 살인이 확인된 사이비 종교 백백교 사건, 미제로 끝난 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 사건, 부산의 조선 하녀 마리아 참살 사건 등이 당시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면, 유명 인사들의 무절제한 욕망이 낳은 각종 스캔들은 근엄한 공적 얼굴 뒤에 가려진 추악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시켜 주었다. 3·1운동 33인의 한 사람이었던 박희도 중앙보육학교 교장이 여제자와 키스 내기 화투를 치고 나아가 ‘정조를 유린’했다는 주장, 유관순의 이화학당 스승이었던 능력 있는 신여성 박인덕의 미국 유학에 이은 이혼 파문,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장인이었던 윤택영이 가진 재산의 만 배에 이르는 300만원(현재 시가 3천억원)의 빚을 지고 베이징으로 도망친 사연 등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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