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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연에 대해 너무 안달복달하지 마오

등록 2006-08-24 19:22수정 2006-08-25 14:50

들풀에서 줍는 과학<br>
김준민 지음. 지성사 펴냄. 1만8000원
들풀에서 줍는 과학
김준민 지음. 지성사 펴냄. 1만8000원
한국의 보배가 참나무인 까닭, 지구온난화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
외길 걸어온 1세대 생물학자의 소신 가득찬 식물과 환경이야기
김준민(82)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생물학의 토대를 마련한 1세대 생물학자다. 일본 도후쿠제국대학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가 개교한 1946년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해 정년까지 봉직했으며, 지금은 학술원 회원으로 있다. 김 교수가 새로 펴낸 <들풀에서 줍는 과학>은 식물생태학 연구에 평생을 보낸 노 교수가 들려주는 식물과 생태에 관한 이야기다. 전공 분야를 중심으로 식물과 생물, 환경 등을 두루 다루되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책이다.

‘한국의 보배, 진짜 나무 참나무’라는 글이 책머리를 장식한다. 흔히 ‘참나무’라는 통칭으로 불리는 참나무속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가 구수하다. 우리나라에 흔한 참나무는 여섯 종류.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다. 짚신 바닥이 해지면 그 잎을 깔았다고 해서 신갈나무, 떡을 쌀 만큼 잎이 넓어서 떡갈나무, 임금님 밥상에 올랐다고 해서 상수리나무, 잘 발달된 코르크층이 있는 굴참나무, 껍질의 주름이 깊은 갈참나무, 참나무 잎 중 가장 작아 ‘졸병 참나무’라 불리는 졸참나무. 흔히들 소나무가 충절을 상징한다 해서 우리나라의 대표 수종으로 대접 받지만, 한국 대표 나무의 몫은 소나무가 아닌 참나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소나무에 비해 참나무가 생장이 우수하고, 더 많은 영양분을 토양에 되돌려주며, 용도도 다양하다는 게 그 근거다.

조류와 균류라는 두 종류의 식물이 공생하는 생물체인 지의류는 “지상에 출현한 첫 식물체”이자, “자연의 가장 극단적인 환경조건 속에서는 성장이 가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빚어낸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기오염 지표종이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발전소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되었다. 그 한 결과로 스칸디나비아 중·북부 지역에 서식하던 지의류에 방사성물질이 축적되었고, 지의류를 먹이로 삼는 순록의 고기에서 법정 한계치를 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면서 순록 사육이 금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순록을 키워 팔던 라프족 공동체 전체가 붕괴 위기를 맞았다. 자연과 생태계는 이런 식으로 인간의 삶과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원로 식물학자 김준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식물과 생태,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려주는 책 <들풀에서 줍는 과학>을 펴냈다. 사진은 개망초꽃. ⓒ이원중
원로 식물학자 김준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식물과 생태,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려주는 책 <들풀에서 줍는 과학>을 펴냈다. 사진은 개망초꽃. ⓒ이원중
그러나 환경 오염과 생태계 훼손에 관해 김 교수는 비교적 낙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우선, 산성비.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의 대기오염도가 크게 개선되었다. 또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산성비로 인한 수목의 쇠퇴를 경고했지만 우리나라 산림은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결국 “이제 우리는 그동안 우려했던 산성비 공포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다음, 지구온난화.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는 주장은 기껏해야 절반 정도만 맞는 논리”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 지구의 기후변화는 빙하기와 간빙기, 소빙하기 등이 교차하는 장기적 변화 흐름 탓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구온난화가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성장률이 훨씬 높아진다.” 이른바 이산화탄소의 ‘비료효과’다. 또, 극지방 빙하들은 지구온난화와 거의 상관없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같은 맥락에서 김 교수는 생물종의 감소에 대한 우려 역시 과장된 것이라고 본다. 매년 4만 종의 생물이 멸종한다는 수치가 노먼 마이어스의 1979년 저서에서 제출된 뒤 그에 관한 엄밀한 검증 없이 멸종 위기설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연과 자연 생태계는 놀랄 만큼 강인하”며 “환경 오염과 생태계 일부가 훼손된다고 해도 그 때문에 생물다양성 감소를 너무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책의 마지막 장은 ‘미래 과학자에게 띄우는 희망 메시지’다. 이 글에서 그는 1세대 생물학자로서 자신의 세대가 “후학을 길러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을 성과로 꼽는 한편, 제대로 된 야외생물학연구실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황폐한 북한의 산림을 복원하는 일에 후학들이 앞장설 것을 주문하며, 표고 300미터 이하에서 놀라운 생장 능력을 보이는 아카시아(아까시)나무를 적극 추천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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