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의 역사
리처드 엘리스 지음. 안소연 옮김. 아고라 펴냄. 2만2000원
리처드 엘리스 지음. 안소연 옮김. 아고라 펴냄. 2만2000원
온갖 죽음의 수사로 가득한 종말론이 인간의 것이라면, 인간 아닌 것들의 소멸에 대한 학문적 마침표는 멸종이다. 이 책은 멸종 위기에 놓인, 멸종한 줄 알았는데 다시 나타난, 아슬아슬한 순간에 기사회생한, 그리고 결국 멸종한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운명의 악마 오리’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3미터짜리 불록코르니스나 몸무게 10톤짜리 스텔러바다소, 기막힌 고기맛 탓에 죽을 운명이었던 안경가마우지, 인간처럼 따뜻한 바다를 좋아한 죄밖에 없는 수줍음 많던 카리브수도사물범 등.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동물들이 두툼한 책 켜켜이 활동사진처럼 지나간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있으나마나’한 동물들에 관심을 쏟을까. 현재의 멸종속도는 이전 시기에 견줘 1000배 또는 1만배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멸종의 직간접적 원인은 인간”이다. 이미 알고 있다고? 맞다. 그러니 인간도 종말이 아닌 스스로의 ‘멸종’을 맞이해야 한다. 지구를 후려친 운석 등 다양한 멸종 과정과 이유가 어렵지 않게 이어지는 장점이 눈에 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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