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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문학은 정치를 방기했다”

등록 2006-09-22 19:42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자조
“한갓 쇼핑 대상으로 전락”
새책서 세상 성찰하길 주문
문학이 민주주의의 둥지 구실을 했던 적이 있다. 문학을 빌려 지식인들은 희망을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김명인(사진)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도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80년대까지는 문학평론이 곧 사회평론이었고 정치평론이었다.”

지금은? “문학은 한갓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문학평론은 광고 문구이거나 장식물로 타락했다.” 김명인 교수는 〈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펴냄)에서 쓸쓸하게 말한다.

2000년 이후 김 교수 이름으로 신문과 잡지에 실린 글을 묶은 것이 이 책이다. 정치·사회평론, 문학평론 등이 섞여 있다. 본격 문학평론의 자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서문을 읽어보면, 이렇게 책을 낸 것에 대해 김 교수가 쑥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였기에 사회·정치평론가일 수 있었던 그에게 이제 사회·정치평론은 문학평론의 다른 이름이다. “90년대 이후 문학은 민주주의를 비롯한 당대의 정치적 과제들을 거의 완전히 방기해 왔다”고 김 교수는 썼다. “지금 세상에서 문학을 중심으로 사유하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를 통과하고 있는 김 교수는 대신 정치·사회평론을 빌려 “문학에게 세상을 성찰하고 바꾸는 영혼의 무기로서의 지위를 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민주주의가) 한때 믿었던 정치 담당층의 배반으로 인해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파괴적 적대성 앞에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현재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결론”이라고 썼다.

김 교수는 중도개혁적 성향으로 평가되는 계간 〈황해문화〉 편집주간도 맡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애증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대체로 2004년을 전후해 친노에서 비노 혹은 반노로 선회했다”고 토로했다. “평화적 분단체제 극복, 과거청산, 절차적 민주화 완성, 민주적 윤리의식 공고화 등을 치러낼 적임 주체로 참여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2004년 이라크 파병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신자유주의 개혁 드라이브와 민중생활의 급속한 피폐화를 보면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강을 건너 버린 사람들이 시름을 잠시나마 덜어놓을 수 있을 만큼, 차갑게 날선 글이 많다. 문학과 정치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영감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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