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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낱 작은 사건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등록 2006-09-28 20:17

세상을 바꾼 법정<br>
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금태섭 옮김. 궁리 펴냄. 2만5000원
세상을 바꾼 법정
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금태섭 옮김. 궁리 펴냄. 2만5000원
잠깐독서

옮긴이 금태섭은 현직 검사다. 얼마전 <한겨레>에 ‘월요기획-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 연재를 시작했다가 검찰쪽 압박속에 ‘자진 중단’ 형식으로 예정된 10회 가운데 첫회를 내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으나 파장은 적지 않았다. 실로 참신했고 많은 갈채를 받았지만, 한국적 풍토에서 현직 검사로서는 파격적이고 ‘위험’하기조차 한 시도를 감행하게 만들었던 건 무얼까?

인권보호와 사법개혁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듯한 ‘선각자’로서, 우리도 곧 도입하게 될 배심원제도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그가 번역해낸 <세상을 바꾼 법정>(궁리 펴냄)을 읽어보면 그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로스쿨 교수와 카운티 차장검사 공저인 이 책은 “연못에 던진 돌멩이가 파문을 일으키듯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 미국의 문화, 사회, 법률의 지각변동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꾼 변화를 이끌어낸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은 사건들” 8가지를 다룬다.

예컨대, 캐런 앤 퀸란 얘기. 1970년대, 21살 나이에 대학 기숙사 생일파티에 참석했다가 신경안정제 복용 뒤 마신 술 때문에 뇌사상태에 빠져 “수세기 동안 법률가와 철학자들을 괴롭혀 온 문제”, “누구에게나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는가?”를 둘러싼 첨예한 논란을 촉발해 미국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중들은 ‘죽을 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병원이 바뀌었으며 존엄사, 안락사에 대한 관념도 바뀌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투표한 죄’ 때문에 구속된 여권운동의 선구자 수전 앤서니, 노예운반선에서 반란을 일으켜 노예제도에 종지부를 찍도록 한 아미스타드 흑인노예 반란사건 재판, 매카시 선풍에 맞선 라디오 스타 존 헨리 폴크, 언론자유의 상징이 된 ‘포르노 황제’ 래리 플린트의 투쟁, 식민지시대 반정부 언론자유투쟁가 젱어 사건, 보험계약자들을 울리는 생명보험회사 횡포에 맞선 암환자 넬린 가족, 우생학의 과오를 인정하게 만든 캐리 벅 사건. 책은 이들 사건 개요와 함께 각 사건마다 재판 당시의 구체적인 쌍방 변론 등을 그대로 실었다.

창조적인 법 운용을 통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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