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침공’ 관련 학술토론회
호전정책 바꾸는 건 인류 책임
호전정책 바꾸는 건 인류 책임
“이스라엘의 야만적 행태는 인류적 문제다.”
한국 사회과학계가 ‘이스라엘 문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진균기념사업회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우빌딩 희망포럼 사무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미국의 새로운 중동정책’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는 구호를 내세운 박정희 정권이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뒤부터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글을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어 한국의 모범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대다수 한국인들은 아랍 나라들에 대해선 ‘호전, 사악, 야비, 우둔, 비합리, 광신’ 등을 떠올리고 이스라엘에 대해선 ‘평화, 선, 정의, 용감, 현명, 합리’ 등을 떠올리는 이분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런 잘못된 인식이 최근에는 한국 언론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원인으로 꼽혔던 ‘납치’ 논쟁이다. 유 교수는 “헤즈볼라 무장요원들이 접경지대의 이스라엘 영토에서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다는 게 이스라엘의 주장이지만, 대부분의 서구 언론은 이스라엘 병사 32명이 레바논 영토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2명의 병사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60㎞ 떨어진 레바논 마을에서 이뤄진 일을 한국 언론들은 일방적으로 ‘납치’라고 보도했다”고 짚었다. 특히 유 교수는 이번 침공의 목적이 카스피해와 지중해를 잇는 송유관을 레바논 영토까지 확장시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이스라엘의 ‘석유전쟁’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홍미정 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는 “이번 분쟁에서 이스라엘이 체포한 하마스 출신 정치인들은 모두 이스라엘이 동의한 민주적 선거 과정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 인사들”이라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스라엘의 ‘거부주의’에서 비롯된 공세적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호전적 정책으로 일관하는 이스라엘을 현대 문명의 수치로 여기고 있다”며 “그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류로서의 책임이고, 이에 대한 국내의 이론적·실천적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이스라엘 문제에 대한 단행본을 엮어 발행할 계획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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