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 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밝은세상 펴냄. 9800원
장 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밝은세상 펴냄. 9800원
“장 폴 뒤부아는 해마다 소설을 발표한다. 그리고 매번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랑스 주간 <르 피가로>는 장 폴 뒤부아의 소설 <케네디와 나>에 대한 서평을 이렇게 시작했다. 서평은 이어진다: “무기력해진 주인공이 불안감에 시달리며 동정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세계 속, 적대적인 주변 상황과 싸워 나간다.”
<르 피가로>의 지적은 새로 번역된 뒤부아의 소설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주인공인 소설가 폴 페레뮐터는 전형적인 뒤부아적 인물이다. 어머니의 수상쩍은 비행 사고, 그리고 낚시광인 아버지의 익사 이후 상실감에 시달리던 그에게 아내마저 결별을 선언하고 떠나가고, 설상가상으로 애완견조차 죽게 되면서 그는 그야말로 완벽한 외톨이가 된다. 무기력과 자기혐오가 그를 사로잡는다. 그의 내부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인다.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 그가 생각해 낸 돌파구가 바로 여행이다. “난 돈도 없고 꿈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삶의 물결 속에서 헤엄쳐보고 싶었다. 싸우고 싶었다. 지키기 위해서든 물리치기 위해서든. 행복과 두려움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거센 바람과 뜨거운 햇볕과 얼어붙는 추위와 맞서고 싶었다. 돌을 깨고 흙을 파헤치고 싶었다. 깊이 깊이 파헤쳐 그 속에 내 안의 구덩이를 파묻고 싶었다.”
막일꾼으로 미국 남부를 헤매다가 결국 아버지가 최후를 마친 캐나다 북부의 호수를 찾은 그는 뜻밖의 비밀과 마주친다. 그곳에서 아버지가 딴살림을 차려 딸까지 낳았다는 사실.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환멸을 느끼고 그쪽 가족을 원망하던 주인공은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고 뒤늦게 알게 된 이복 누이동생 린다와도 화해하게 된다.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주인공이 ‘더러운 숲’으로 불리는 험난한 숲속을 방황하면서 자기 안의 두려움과 비겁함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펼치는 열사흘 동안이다.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구조된 그에게 이 모험은 “두려움이라는 숲을 건너 우리네 마음속 깊이 감춰진 행복의 나라, 우리가 평생토록 찾아 헤매는 그 행복의 나라에 이르”기 위한 여정에 다름 아니다. <프랑스적인 삶>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등의 소설이 국내에 번역된 장 폴 뒤부아는 오는 23~29일 방한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