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복잡성 속에 숨은 ‘깊은 단순성’

등록 2006-10-19 20:47수정 2006-10-19 20:55

딥 심플리시티<br>
존 그리번 지음. 김영태 옮김. 한승 펴냄. 1만5000원
딥 심플리시티
존 그리번 지음. 김영태 옮김. 한승 펴냄. 1만5000원
꽉 막힌 도로·급작스런 폭우 하루아침에 폭락하는 주식시장
무질서하고 복잡한 현상 뒤엔 단순한 인과법칙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카오스와 복잡성을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 결과가 결과가 당신 손 안에 있다.”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의 대가인 존 그리빈 영국 서식스대 방문교수가 <딥 심플리시티> 서문에서 쓴 말이다. 존 그리빈은 또 이 책의 ‘감사의 글’에서 “여기에 소개된 아이디어가 과학적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 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물리학, 생물학, 기상학, 수학 등의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과학적 사례와 문학적 표현이 돋보인다. 과학분야를 전공했거나 평소 관심을 갖고 과학적 소양을 쌓았던 사람들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시험을 치루기 위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무조건 달달 외웠던 단편적 과학 지식이 전부라면, 술술 읽어내려가긴 어려울 것 같다.

이 책 이해의 첫 관문은 ‘딥 심플리시티’란 제목이다. 번역자인 김영태 아주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가장 고심한 것이 책 제목”이라고 밝혔다.

김영태 교수는 지은이가 ‘깊은’ ‘심오한’ 이란 이중적 의미인 영어 단어 deep의 미묘함을 살린 교묘한 제목을 붙였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복잡성의 깊은 곳에는 단순함(심플리시티)이 있다는 것과 단순함은 모든 복잡성의 어머니가 되는 우주의 심오한 성질이라는 것을 독자한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판단해, 번역하면서 책 제목을 ‘딥 심플리시티’로 남겨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비 날개 모양의 ‘로렌츠의 끌개’. 1959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연구하던 32살의 수학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현대적인 카오스 이해의 핵심이 되는 기후(또는 다른 복잡계)의 초기 조건을 정확히 결정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가 상정한 두웅덩이 사이의 물의 궤적을 종이(또는 컴퓨터 스크린) 위에 그래프로 그렸을 때 나비날개를 닮은 모양이 아타났다. 한승 제공
나비 날개 모양의 ‘로렌츠의 끌개’. 1959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연구하던 32살의 수학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현대적인 카오스 이해의 핵심이 되는 기후(또는 다른 복잡계)의 초기 조건을 정확히 결정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가 상정한 두웅덩이 사이의 물의 궤적을 종이(또는 컴퓨터 스크린) 위에 그래프로 그렸을 때 나비날개를 닮은 모양이 아타났다. 한승 제공
현대 세계는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바쁘고 복잡하다. 도로는 자동차로 꽉 차서 막히고, 200년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식 시장이 하루 아침에 폭락해 수십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의 금융불안이 실시간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태풍처럼 몰아닥치고, 제3세계 쿠데타가 전세계 석유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진, 산사태, 기상 이변, 생물의 진화와 대량 멸종 등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네트워크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어떤 계(‘계’란 단지 모든 것을 가리키는 전문용어라고 한다. 흔들리는 진자, 태양계,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 등이 계가 될 수 있다고 한다)가 초기 조건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계에 가한 초기 힘의 사소한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를 일으키며 또한 피드백이 있어 계가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일으킨 파문이 네트워크 전체로 퍼져나가 나중에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쯤이면 ‘나비효과’를 떠올릴 법하다. 현대 카오스 이론의 상징처럼 알려진 나비효과는 ‘브라질의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 주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란 수상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2년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실제 세계의 기후에는 너무나 많은 과정이 관여하고 있고, 개별적인 요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브라질에서 퍼득인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 나타난 토네이도의 원인이란 것을 규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은이는 무질서하고 복잡해 보이는 현상의 뿌리에는 본질적으로 아이작 뉴턴이 300년 전에 발견한 단순한 법칙과 동일한 단순한 인과법칙이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겉보기보다 휠씬 단순하다고 말한다. 또한 복잡성의 깊은 곳에는 단순함이 있다는 것과 단순함은 모든 복잡성의 어머니가 되는 우주의 심오한 성질이라고 전달한다. 단순함(딥 심플리시티)이야 말로 우리의 존재기반이며 만물에 숨겨져 있는 구조와 조화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도 ‘딥 심플리시티’가 뭔지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아둔한 탓인지, 과학적 소양이 워낙 부족한 탓인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