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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운명적 남녀 겉도는 ‘소설 속 소설’

등록 2006-11-16 21:58수정 2006-11-16 22:23

이현의 연애 <br> 심윤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9500원
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9500원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달의 제단>의 작가 심윤경(34)씨가 세 번째 장편 <이현의 연애>를 발표했다. 앞의 두 소설을 각각 성장소설과 페미니즘 소설이라 분류할 수 있다면, 이번 작품은 일단 ‘소설가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은 남녀 주인공 이현과 이진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한쪽의 죽음에 의한 이별을 다룬다. 그러나 소설의 핵심은 이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있다. 소설의 첫 두 문장 “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는 소설의 주제를 함축한다. 이진은 신비스러운 미모를 지닌 사람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영혼을 기록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다. 영혼을 기록하다니? 이진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거린다. 그를 찾아온 영혼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것이다. “먹지도 잠자지도 못하면서 타인의 인생을 내 몸 속에 가득 채워 손끝으로 다시 쏟아내는”(10쪽) 그를 보다 못한 아버지는 20년 이상 그를 외딴 집에 가두기도 했다. 그런 이진을 사랑하게 된 이현은 이진 아버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진과 결혼을 감행한다.

소설은 이진과 이현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한 축으로 삼고, 이진이 작성한 네 편의 ‘영혼의 기록’을 또 한 축으로 삼는다. 네 개의 기록은 이진-이현 이야기와는 무관한 별도의 이야기이며 그 중 두 편은 독립적인 단편소설로 잡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진은 소설가인 것이다. 소설 주인공이 쓴 ‘소설 속 소설’이 아주 낯선 시도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현의 연애>에서 이진이 쓴 소설들은 전체의 3분의1이 넘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더 문제적인 것은 그것들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와 만나지 못하고 겉돈다는 점이다. 물론 ‘외알 안경을 낀 사나이’라는 기록은 이현의 직장 상사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이현 자신도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시종 이현과 이진을 삼인칭으로 지칭하던 소설이 마지막 장에서 이현 직장상사의 영혼을 일인칭으로 삼으면서 동성애라는 뜻밖의 주제로 나아가는 대목에서는 일종의 구성의 파탄 조짐조차 보인다. 이진의 신비한 매력과 그에 끌려들어가는 이현의 모습은 작위적·통속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진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운명의 반복에 대한 암시 역시 마찬가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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