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천 / 안병직
안병직교수, 논쟁요청에 첫 응답
계간 ‘시대정신’ 겨울호서 주장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단체제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교수는 계간 <시대정신> 겨울호(통권 33호)에 쓴 ‘우리시대의 진보적 지식인’ 두번째 연재글 백낙청론 ‘허구로서의 분단체제’에서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이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의 글은 논의의 올바름 여부를 떠나, 분단을 둘러싼 한국 사회 현안과 관련해 백 교수가 계간 <창비> 겨울호에서 제안한 ‘수준 높은 논쟁’(<한겨레> 11월18일치 13면) 요청에 대한 첫 응답으로 해석된다. 백 교수는 그 글에서 “선진화와 통일 중에서 선진화를 유일한 국정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안 교수의 주장을 비판한 바 있다. 안 교수는 이번 글에서 백 교수의 비판에 즉답하지 않고 백 교수 이론의 중추인 분단체제론을 비판하는 형식으로 대응했다. 안 교수는 현재 뉴라이트재단 이사장과 ‘뉴라이트 운동’의 기관지라 할 <시대정신>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안 교수는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이 “이론의 취약성과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인식상의 오류”로 인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안 교수는 근거로 백 교수가 기대고 있는 이론의 낙후성을 들었다. 백 교수가 “근대시민사회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전근대사회로부터 근대사회로의 이행기에 있는 사회의 특질을 밝혀내기 위한 이론”을 토대로 삼았는데 그 이론은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하고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에서 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또 “한국사회가 선진적 시민사회의 형성을 지향하는데 백 교수는 민중운동을 기초로 하는 민중민주주의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백 교수가 지지하는 정권은 “민중민주주의의 변종에 불과하다”며 “민중민주의란 인민민주주의인데, 인민민주주의 국가는 모두 독재국가”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백 교수가 통일방안으로 제안한 ‘국가연합론’을 반박했다. 그는 백 교수의 주장이 “중요한 논리적 허점”을 안고 있으며, “남북 민중의 ‘실질적 화해와 접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백 교수가 통일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10여년이나 연구했으나 결국 논증하지 못했다”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구했다. 안 교수는 “6·15공동선언 이전까지 산업화·민주화 등 남한의 주요 국정은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었지만, 6·15선언 이후 한국의 정치가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감으로써 국정이 순조롭게 운영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백 교수가 주장하는 통일논의와 통일운동이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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