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아들, 청년 우장춘>이남희 지음,창비 펴냄. 9500원
‘씨 없는 수박’의 발명자로 알려진 우장춘(1898~1959) 박사의 아버지가 명성황후의 시해범으로 몰려 암살당한 궁궐 훈련대장 우범선이라는 사실은 일반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이남희(49)씨의 장편소설 <그 남자의 아들, 청년 우장춘>은 ‘국모’의 시해에 관여하고 일본으로 망명해서 일본 여성과 결혼했으나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우범선의 아들 우장춘이 아버지의 나라와 어머니의 나라 사이의 비극적인 관계 속에서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1919년 도쿄 유학생들이 벌인 2·8 독립선언 발표 및 시위까지를 다룰 뿐, 해방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귀국’해서 한국의 농업 근대화에 앞장선 후반생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형식으로 약술하고 있다. 작가는 우장춘이 세간의 추측대로 아버지의 ‘빚’을 갚고자 귀국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독자쪽의 추측에 맡기고, 대신 가족사와 동아시아 역사가 한 청년의 성장에 드리운 착잡한 그늘을 꼼꼼하게 점묘하는 데에 주력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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