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란 말을 다루는 직업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까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 정말 말을 잘 한다는 건 테크닉이 아니라 결국은 내용이더라구요. 내용이 있는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아나운서 정용실씨가 독서 에세이집 <서른, 진실하게 아름답게>(좋은생각 펴냄)를 출간했다. 세는 나이로 삼십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그가 책을 매개 삼아 자신의 지난 삶, 특히 삼십대의 고민과 깨달음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책이다.
“중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시를 낭송하는 취미는 있었지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어요. 책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죠. 방송할 때 도움이 되겠다 싶은 문장을 책에서 뽑아 적어 두거나 외우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거기에다 제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서 일기를 쓰듯 쓴 글들이 이렇게 책이 되었습니다.”
소통과 단절, 사랑과 죽음, 엄마가 된다는 것, 예술과 열정, 욕망과 행복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경험과 사유를 펼치는데 한결같이 책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전체 3부 가운데 핵심 격인 2부에는 정호승 은희경 김영하 권지예 공지영 등 좋아하는 작가들의 시집과 소설집에 관한 집중적인 독후감이 실렸다.
“소설을 좋아하는데, 특히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읽었어요. 결혼과 육아, 일과 사랑을 둘러싸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게 삼십대잖아요. 여성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제 고민을 곁에서 들어주는 속 깊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정용실 아나운서는 1991년 한국방송에 입사해 현재 ‘KBS아나운서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제1텔레비전의 매일 아침 프로그램 <주부, 세상을 말하자>를 3년째 단독 진행하고 있으며, <영상 포엠, 내 마음의 시> 내레이션을 전담하고 있다. <일요 스페셜>에서도 자주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책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그는 방송국 안팎에서 ‘책 전도사’로 통한다. 2004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캠페인 ‘책 읽는 서울’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와우북페스티벌, 파주북시티 페스티벌, 봉평 달빛극장 책 낭독회 등 행사에 후배 아나운서들을 이끌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물론 그 모두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자원봉사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책의 가치와 효용을 역설하기 바쁘고,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도 무엇보다 책을 열심히 읽으라고 권한다.
처음에는 방송에 필요해서 시작한 책 읽기였지만,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이제 “책 없인 인생에 대해 어떤 해답도, 어떤 안식도 얻을 수 없다고 믿는 ‘책 예찬가’가 되었다.”(머리말) 그런 그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소설가 오정희씨의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다. “어쩜 그렇게 문장을 잘 쓰시는지, 흉내내 보고 싶지만 엄두는 못 내고 그저 몇 번씩 되풀이해서 읽고 있어요.”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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