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프로젝트-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창비 펴냄. 9500원
‘비사회주의적 미신행위’를 일삼는 점집에선 말끝마다 ‘장군님 은혜’를 들먹인다. “경애로운 장군님 은혜로 내년엔 꼭 결혼하갔구나”라는 식이다. 단속에 걸려도 빠져나갈 구멍 살짝 뚫어놓는 수작이다.
남북이 ‘교류협력’차 평양과 서울에 작가를 파견한다고 상상해 보자. 현지생활을 부엌 바닥까지 긁어 취재해 보고한다. 북에선 당연히 지도원 동지가 따라 붙는다(남에서도 당연히…). 북과 손잡는 일에는 언제나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알파’가 따른다. 경험칙상 확실한 게 없다. 게다가 인민들의 자존심은 어찌나 센지, 살짝만 긁어도 여지 없이 치받는다. 만화캐릭터인 남쪽 작가 오공식과 북쪽 지도원 김철수가 그런 사이다. 실제 작가는 경수로사업으로 북한 신포에서 1년 6개월간 발뻗고 눕던 체험에다 새터민 청소년들의 경험을 박아 넣었다. 경수로 사업은 전기 한번 못 뽑아보고 허망하게 끝났지만, 작가는 오버하지 않는 깔끔한 만화책 한권 남겼다. 꽉 막힌 체제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북남북녀들의 일상에 미소가 나온다. 그게 미덕이다. 금강산에서 내게 ‘접촉’해 왔던 안내원 동지는 지금 뭐하려나.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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