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전 미군 공습 없었고 함경북도엔 대나무숲 없어
국내서도 2년전 번역 출간
국내서도 2년전 번역 출간
<대나무숲 저 멀리서>는 1945년 11살이던 작가 요코가 어머니, 언니와 함께 함경북도 나남에서 서울, 부산을 거쳐 일본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실화’라고 말하는 이 책은 △1945년 7∼8월 미군의 북한 폭격으로 탈출을 시작했고 △8월15일 서울까지 오는 길에 공산군의 무자비한 추적을 받았으며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을 살해·강간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8·15 이전 미군의 한반도 공습은 없었고,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하기 전까지 일본이 치안경찰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대나무는 북방한계선이 중부지방 아래쪽이어서 제목에 나오는 대나무숲은 함경북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은 중국·일본·러시아의 각축 대상이던 한국을 일본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정당하게 점령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요코는 논란이 되자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사실 그대로 쓴 것이고 오히려 일부 참혹한 것들은 뺐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2005년 4월 출판사 ‘문학동네’에 의해 국내에도 <요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문학동네는 이 책이 1986년 <뉴욕타임스>와 <위클리 퍼블리셔>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홍보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요코의 아버지가 시베리아에서 6년을 복역했다는 미국 책의 후기도 번역서에서 제외됐다. 요코가 일본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원본의 본문과 뒤표지에 명시돼 있지만, 번역서는 일본에서 태어난 것으로 소개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책의 내용이 문제되고 있는데 출판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과 달리 한국은 식민지 시대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있기 때문에 출판 당시에도 (내용이) 문제되지 않았다”며 “책의 출간은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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