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의 역사> 플로랑스 타마뉴 지음. 이상빈 옮김. 이마고 펴냄. 1만3000원
‘벽장’ 속에 숨어있던 동성애자들이 벽장에서 나와 커밍아웃하기까지…. <동성애의 역사>는 14세기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암시와 침묵’에 갇혀있던 동성애가 서양 예술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중세시대 자연법칙에 반하는 범죄로 화형에 처해지고, 19세기 나약한 변태성욕으로 규정돼 비난받았던 동성애자들은 나치시대 유대인보다도 못한 취급을 견뎌내야했다. 이런 핍박 속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욕망은 예술작품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된다. 때론 미소년에 대한 동경이라는 ‘은유’로, 때론 댄디와 팜므파탈이라는 형식화로.
1969년 게이바인 스톤월을 급습한 경찰에 맞선 사건을 계기로, 동성애자들은 억압받는 소수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고 연대하기 시작한다. 앨튼 존, 프레디 머큐리 등 스타들의 커밍아웃이 이어지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들은 오늘날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잡기까지 이른다.
저자인 프랑스 릴 대학의 플로랑스 타마뉴 교수는 오스카 와일드, 앤디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등 문학, 미술, 영화를 넘나들며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희귀한 그림자료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