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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장사꾼 나라 미국 ‘따끈한 전쟁 사세요’

등록 2007-02-22 19:43

<전쟁을 팝니다> 켄 실버스타인 지음. 정인환 옮김. 이후 펴냄. 1만4800원
<전쟁을 팝니다> 켄 실버스타인 지음. 정인환 옮김. 이후 펴냄. 1만4800원
냉전시대 끝나도 여전히 냉전적 태세 일관하는 미국
이라크·북한·중국 등 끊임없이 새로운 적 찾아나서
과거 구축했던 군사·안보 인프라로 잇속 챙기려는 의도
돈·권력 노리는 정부관리·로비스트 등 ‘전쟁광’ 고발
냉전이 끝난 지 한참 지났다. 그런데도 왜 미국은 여전히 냉전적 태세를 유지하고 있을까? 탈냉전기 미국의 국가안보정책이 어째서 유럽이 동서로 나뉘고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가 냉전의 전장이던 2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유지되고 있나? 남이 얘기가 아니다. 러시아(옛 소련)와 중국이 한국을 승인한 지 오래건만 왜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수교는커녕 아직도 대화조차 어려울까? 냉전의 소산인 한반도분단은 왜 여지껏 해소되지 못하고 주한미군은 그대로 눌러앉을까. 적이 사라졌는데도 미-일동맹은 오히려 강화될까?

미 국무부와 국방부 방문연구자였던 독일 ‘조지 마셜 유럽안보센터’의 댄 넬슨 교수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냉전기에 미국은 그에 맞는 군사·안보 인프라를 구축했고, 인프라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런 인프라를 구축했던 인물들이 자신들의 수입과 영향력, 정책적 판단기준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냉전시대 자신들이 강조했던 것과 똑같은 법과 정책을 냉전이 끝난 뒤에도 적극 옹호하고 있다.”

김선일씨를 기억하는가? 이라크 저항군에게 인질로 붙잡혔다가 목숨을 잃은 그는 가나무역이라는 회사 직원이었고 그 원청업체는 브라운앤루트(켈로그브라운앤루트)라는 미국회사다. 미국 최대의 토목건설회사였던 브라운앤루트는 1998년 미국 5위의 군사계약고를 올리는 석유·군수업체 핼리버튼에 인수합병된 자회사다. 이들 회사는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걸프전쟁 때 사담 후세인이 파괴한 유정들 복구와 공공건물 보수공사 등을 대규모로 따내면서 급성장했다. 핼리버튼은 1995년에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그것은 딕 체니를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것이었다. 체니는 걸프전 때 미국 국방장관으로 그 전쟁의 주역이었다. 베트남전 때부터 대규모 항만·도로·군기지 건설공사를 따냈고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 미 해군기지도 건설했던 핼리버튼은 2003년 아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재침) 때부터 지난해 7월 말까지만 총 160억달러 규모의 군수계약을 국방부로부터 따냈다. 체니는 이번엔 미국 부통령으로, 재침에 앞장선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폴 월포위츠 전 국방 부장관 등 네오콘 호전주의자들을 지휘했다.

전쟁주역 체니, 군수업체 대표로

넬슨 교수가 지적한 군사·안보 인프라는 이처럼 천문학적 수입과 권력의 원천이다. 단, 수입이 현실화하려면 그것이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2차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군수산업뿐만 아니라 풀가동되던 경제전체가 일거에 위기국면으로 돌아섰다. 예컨대 전투기 제조업계 매출고는 전쟁 직전인 1939년 2500만달러였으나 1944년 무려 167억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마자 매출은 급전직하했다. 전쟁중에 미국경제 부동의 1위였던 항공산업은 1947년 44위로 추락했다.
2003년 4월 미군 제3보병사단 소속 병사들이 전차부대와 함께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워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중동 및 중앙아시아지역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은 미국 네오콘들의 오랜 꿈이었다.  카르발라/AP 연합
2003년 4월 미군 제3보병사단 소속 병사들이 전차부대와 함께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워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중동 및 중앙아시아지역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은 미국 네오콘들의 오랜 꿈이었다. 카르발라/AP 연합
전쟁산업 조락과 함께 미국경제 전체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 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킨 것은 소련이 유럽을 칠 것이라는 ‘적색공포’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윈스턴 처칠의 ‘죽의 장막’ 연설을 거쳐 1947년 ‘트루먼 독트린’으로 냉전태세를 본격화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48년 국방예산을 30%나 증액했다. 이 모든 진행을 가속화하면서 미국과 일본을 전후불황의 골짜기에서 구해준 것은 1950년 한국전쟁이었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소련과 함께 현실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한 뒤의 사정도 비슷했다. 국방예산은 축소되고 군수산업은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동원한 해법은 역시 2차대전 직후와 별 다르지 않은 군사·안보 인프라 풀 가동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적을 찾아야 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리비아, 쿠바, 이란, 그리고 북한을 거쳐 중국이 ‘적대세력’으로 설정됐다.

미국 워싱턴에서 대안적 정치뉴스레터인 <반격>을 발간하면서 <네이션>, <워싱턴 먼슬리> 등에 왕성하게 기고하고 있는 ‘좌파 저널리스트’ 켄 실버스타인의 <전쟁을 팝니다(Private Warriors)>(이후 펴냄)는 바로 미국의 이 군사·안보 인프라가 가동되는 메카니즘을 폭로한다. 2005년에 한글판이 나온 피터 싱어의 <전쟁대행 주식회사>(지식의 풍경)가 비슷한 문제에 초점을 맞췄으나, 싱어의 책이 국가를 대신해 전쟁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전쟁의 지형을 뒤바꿔놓고 있는 전쟁대행 민간기업들의 실태를 파고든 데 비해 <전쟁을 팝니다>는 그것도 다루지만 호전적인 정부관리나 유력 무기거래상들, 컨설턴트나 로비스트들, 전쟁자문 누되집단들, 말하자면 구체적인 인간들, ‘냉전시대의 열혈전사’들, ‘민간전쟁광’들의 구체적인 행태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미국, 아프간 게릴라에 비밀지원


예컨대 나치당원이었다가 미국 ‘안보의 자산’이 된 무기 암거래상 에른스트 베르너 글라트. 소련 멸망의 작은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소련군의 10년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실패로 끝난 것은 무자헤딘 저항세력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원한 미국의 비밀공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때 글라트가 당시 전장에서 높은 효력을 발휘했던 소련제 이동식 대공미사일 스트렐라-1 등을 사들여 폴란드 수송기로 오만 공군기지로 실어가면, 미군 수송기들이 그것을 옮겨 싣고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 해군기지로 다시 가져갔고, 또다시 파키스탄내 미국 중앙정보국 창고로 수송한 뒤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 게릴라들 손에 넘겼다.

그리고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허상을 부풀리고,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과 군사기술혁신을 통한 원격파괴전략이라는 미국 군사정책 변화를 선도하면서 ‘그 자신이 바로 하나의 (보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라는 평을 받은 미 국방부 평가국 국장 앤드루 마셜. 로비스트로 군사·정치적인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알렉산더 헤이그 전 국방장관. 레이건 정권 때 핵무기와 신무기 대량개발에 골몰한 프랭크 개프니와 국방차관보 리처드 펄. 이들 ‘전쟁광’의 행각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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