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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메마른 지성 적시는 ‘세계문학 봄비’

등록 2007-03-22 18:40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카뮈, 지상의 인간 1, 2> 허버트 R. 로트먼 지음 <카프카 문학론>안진태 지음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 영원한 방랑자>오정숙 지음<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카뮈, 지상의 인간 1, 2> 허버트 R. 로트먼 지음 <카프카 문학론>안진태 지음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 영원한 방랑자>오정숙 지음<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백년의 고독’ 엿볼 수 있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자서전
카뮈 복합적인 면모 잘살린 미 언론인 로트먼이 쓴 평전
‘율리시스’ 번역에 반세기 보낸 역자 세번째 결정판 내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제임스 조이스 등 20세기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새 봄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자서전과 평전, 연구서, 그리고 대표작 번역 등으로 형태도 다양하다.

<백년의 고독>의 콜롬비아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는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조구호 옮김, 민음사 펴냄)에서 자신의 문학적 태반이라 할 아라카타카의 외가에서 자란 유년기와 신문 기자로 활동한 젊은 시절을 회고한다. 책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외갓집을 팔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어머니와 동행하는 1950년 2월 18일에 시작되며, 정부의 비리를 파헤친 기사 때문에 신변에 위기가 닥친 그를 신문사가 유럽에 파견하는 1955년에 마무리된다. 그의 유년기와 성장기는 어머니와 함께 오랜만에 찾은 외갓집에서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2002년에 내놓은 이 책에 이어지는 2부와 3부 역시 계속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의 시간대는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백년의 고독>(1967)을 비롯한 대표작들이 나오기 전이다. 적어도 이 책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첫 소설책인 <낙엽>이 출판사에 의해 퇴짜를 맞는 등 아직은 소설가라기보다는 기자에 더 가까운 면모로 나온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그의 문학 세계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증언을 여럿 들을 수 있다. 가령 <백년의 고독>을 비롯한 그의 소설들의 무대인 ‘마콘도’라는 가상의 마을 이름은 외갓집에서 기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바나나 농장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등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한꺼번에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사진은 데이비드 레빈이 그린 조이스 초상화. 생각의나무 제공
제임스 조이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등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한꺼번에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사진은 데이비드 레빈이 그린 조이스 초상화. 생각의나무 제공
그런가 하면 그가 스스로 “작가로서 한 첫 번째 경험”(56쪽)이라 의미 부여한 일도 있다. 다름 아니라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던 무렵, 기저귀에 똥을 싼 뒤의 행동이다. 똥을 싼 어린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요람을 지탱하는 봉들을 붙잡은 채 엉거주춤 서서 울어댔다는데, 그것은 싸 놓은 똥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알록달록 예쁜 꽃무늬가 찍힌 멜빵바지가 더럽혀질까봐 두려워서였다는 것. 한마디로 미학적 고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중에 ‘마술적 사실주의’로 불리게 된, 사실과 환상을 결합함으로써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론의 싹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네 살 무렵의 그는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도 한 번 입을 열면 일상적인 상황을 엉뚱하고도 재미있게 각색해서 들려주곤 했다는데, 그것은 “어른들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도록 환상적인 요소들을 덧붙여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126쪽)기 때문이라고. 책에는 이밖에도 <백년의 고독>의 주인공 부엔디아 장군의 모델인 외할아버지, 그의 존재 방식과 사고 방식의 근간을 이룬, “유년기에 나를 보살펴 주던 외갓집 여자들과 여러 하녀들”(104쪽),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와 프란츠 카프카 등 습작기의 그가 사사한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미국의 언론인 겸 작가인 허버트 로트먼의 평전 <카뮈, 지상의 인간>(한기찬 옮김, 한길사 펴냄)은 카뮈를 둘러싼 과장된 신화를 벗겨내고 그의 인간적이며 복합적인 면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방인>과 <페스트>의 작가 카뮈는 사르트르 등 동시대의 많은 작가 및 지식인 들에 맞서 소련에 비판적이었는가 하면 자신이 태어난 알제리의 독립에는 반대하는 등 혼란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시대와의 불화’라 할 수도 있는 이런 태도와 그에 따른 논란으로 그는 한동안 글쓰기를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오랜 집필 장애 끝에 마침내 아버지를 주인공 삼은 자전적 소설 <최초의 인간> 집필에 매달리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다. 평전의 작가는 카뮈가 탁월하고 고결한 인간성의 소유자인 동시에 질투가 심하며 타인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등 인간적 약점 역시 지니고 있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카프카 난해한 세계 파헤친 문학론

안진태 강릉대 독문과 교수가 쓴 <카프카 문학론>(열린책들 펴냄)은 난해하기로 소문난 카프카의 문학 세계를 심도있게 파헤친 책이다. “현대인의 정신 상황을 정밀하게 기록하는 지진계”(헤르만 헤세), “표현주의 서사 시인”(테오도르 아도르노)과 같은 평가가 보여주듯 카프카의 소설들은 양이 많지도 않고 분량도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20세기 이후 세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안 교수는 카프카 문학의 소외 개념과 아버지 콤플렉스를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문학 세계 전반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프랑스작가 유르스나르 첫 연구서

오정숙 고려대 연구교수가 쓴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 영원한 방랑자>(중심 펴냄)는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의 작가 유르스나르(1903~1987)를 다룬 국내 최초의 연구서를 자임한다. 유르스나르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1981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종신회원이 된 인물이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유르스나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 교수는 역사와 역사 속의 인간을 즐겨 다루었던 유르스나르의 문학 세계가 정규교육 대신 동서양의 고전을 탐독하고 박물관에서 명상 하기를 즐겼던 작가의 체험적 삶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생각의나무 펴냄) 한국어판이 있다. 김종건 전 고려대 교수가 1968년에 첫 번역한 이 작품은 1988년 재번역본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의, 결정본으로 새 선을 보였다. 김 교수는 이 책 외에도 <피네간의 경야> <젊은 예술가의 초상> <더블린 사람들> 등 조이스의 소설 대부분을 우리말로 옮겼다. <율리시스>는 영어말고도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10여 개의 외국어가 등장하며, 이들 언어의 고어와 폐어, 속어, 비어, 은어, 그리고 조이스 자신이 멋대로 창안한 신조어 등 3만여 개의 어휘가 뒤섞인 일종의 언어 박물관과도 같다. 이토록 까다로운 작품을 상대로 반세기 가까이 씨름을 해 온 김 교수는 새 번역본을 내놓으면서도 “어찌 감히 여기서 원전의 주술과도 같은 신비를 기대할 것인가!”라는 탄식으로 번역자의 착잡한 소회를 토로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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