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한·중작가회의
1회 한·중작가회의 개막
“80년대 한-중 문학,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에 대조적 태도”
황동규·완안이·성민엽 등 참가…진정한 문화교류 물꼬 터 한국과 중국의 문인들이 ‘상처와 치유’를 주제로 서로의 경험과 사유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9일 오전 9시 중국 상하이 푸단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중작가회의에는 한국과 중국의 문인 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시인 황동규, 정현종, 이시영씨와 소설가 김주영, 성석제, 공지영씨, 그리고 평론가 김주연, 홍정선, 우찬제씨 등 20여명이 왔고, 중국 쪽에서는 <허삼관 매혈기>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위화, 상하이작가협회 주석인 소설가 왕안이, 평론가인 천쓰허 푸단대 중문과 학과장, 시인 쑤팅 등이 참여했다. 중국 작가들을 대표해서 인삿말을 한 왕안이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고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 등 민간 교류의 바탕이 마련된 가운데 한·중작가회의가 열리게 된 것은 아주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주영씨도 “문화적 교류가 없이는 진정한 교류는 불가능하다”면서 “오늘 모임이 비록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세계사적으로 커다란 사건들이 모두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하자”고 곁들였다. 한·중작가회의는 평론가 성민엽(본명 전형준·서울대 중문과 교수)씨와 천쓰허의 기조발제로 시작되었다. 성민엽씨는 ‘한국문학과 중국문학의 만남이 뜻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1970년대 이후 한·중 두 나라 문학의 변모 과정을 살펴 보면서 그 안에서 차이와 보편성을 찾아냈다. 그는 담시 <오적>의 김지하와 조세희, 황석영 등 산업화와 정치적 후진성이 낳은 상처에 문학적으로 대응했던 이들을 거론한 뒤 특히 임철우 소설에 나타난 ‘폭력과 화해’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성민엽씨는 “80년대 한국문학과 중국문학에서 시장경제와 사회주의를 대하는 태도는 미묘한 대조를 보인다”면서 “그러나 문학에서 개별 언어의 경계는 제약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성일 수도 있다”는 말로 한·중작가회의와 양국 문학의 교류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중국 당대문학과 ‘문화대혁명’의 기억’을 주제로 발표한 천쓰허는 문화혁명이 문학에 반영된 양상을 ‘상흔문학’ 단계와 ‘괴담’의 서사 두 단계로 크게 나누어 설명했다. ‘상흔’ 단계는 고발과 참회, 그리고 반성을 기조로 한다. 베이다오와 빠진 등 문혁을 한가운데에서 겪은 문인들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90년대 이후 점차 형성된 ‘괴담’ 서사는 뜻밖에도 문혁을 “외부의 방관자적 시각에서 축제적으로 묘사한다.” <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형제>, 그리고 옌렌커의 장편소설 <물과 같은 견고함>이 대표적이다. 천쓰허는 “이 계열의 작가들이 문혁을 객관화하면서 대규모 시위행진, 조리돌림, 비판투쟁대회, 홍위병 무력투쟁 및 혁명가요, 모범극 등으로 기호화하는 점”을 비판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이들 역시 베이다오나 빠진과 마찬가지로 문혁에 대한 문학적 기억과 치유의 시도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천쓰허와 성민엽씨의 발표가 있은 뒤 오후에는 황동규씨와 빠이화, 정현종씨와 리환이 등이 서로의 작품을 교차 낭독하고 토론을 벌였다. 제1회 한·중작가회의는 10일도 같은 장소에서 낭독과 토론을 이어 간다. 10일 행사에서는 이시영씨와 쑤팅, 공지영씨와 무토오, 성석제씨와 위화 등이 낭독과 토론에 나선다. 행사를 주최한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사장 김주영)과 푸단대 중문과는 앞으로 10년 동안 ‘평화’라는 큰 주제 아래 두 나라 문인들이 양국을 오가며 한·중작가회의를 열 예정이다.
상하이(중국)/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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