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박상우 지음. 하늘연못 펴냄. 9000원
박상우씨의 짧은소설집 <짬뽕>에는 ‘단막소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콩트보다 이야기성이 풍부하고 단편소설보다 편안한 형식”을 표방하며 작가 스스로 개발한 장르라고 한다. 책에 실린 20편의 소설은 원고지 30장 정도의 분량에 하나씩의 사건을 담았다. <짝, 짝, 짝, 짝짓기>는 텔레비전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남자가 여러 차례 기지를 발휘해 원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듯했으나 예기치 못했던 난관에 부닥져 좌절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주 공갈 염소똥>은 ‘아주 공갈 염소똥 일 원에 열두 개~’로 시작하는 노래의 다음 구절(‘이 원어치 사면은 스물네 개래~’)을 알아내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다루었고, <기록파를 아시나요>는 ‘조용한 곳에서, 침묵하며,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쓰면서 마시기’를 실천하는 이색적인 주당 클럽을 등장시켰다. 노인 문제와 군대 이야기,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 등도 들어 있다. 작가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먹고 싶어지는” ‘짬뽕’을 책 전체의 제목으로 삼았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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