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소심한 당신, 숨겨둔 성취욕 꺼내라

등록 2007-06-22 19:29

<소심한 사람이 빨리 성공한다>
<소심한 사람이 빨리 성공한다>
소심함의 정체는 이기적인 우월의식
신중하고 섬세한 배려 살리면 ‘감동’
결벽증 버리고 손 내밀어 자신감 찾길
<소심한 사람이 빨리 성공한다>
일리스 베넌 지음·이미숙 옮김/다산북스 펴냄·1만원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굳이 휴대전화를 꺼낸다. 파쇼적인 상사의 얼굴을 마주할 필요가 없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모지를 두어 차례 읽은 뒤 심호흡을 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지금 내 방으로 와’라는 문자가 기습적으로 뜬다. 이때 가슴이 ‘철렁’ 하며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한 경험이 있다면 당신도 소심한 사람이라는 걸 들켜버린 셈이다.

흔히 소심함이란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편안함을 느끼는 범위(컴포트 존)가 좁아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것은 피해의식이라기보다는 자신이 편안하려고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이기심의 측면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소심한 사람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성취하고 싶고 남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구 탓”이라 한 심리학자 그레그 크레치의 진단은 소심함의 정체를 꿰뚫고 있다.

〈소심한 사람이 빨리 성공한다〉는 이쯤에서 소심한 독자들을 안도하게 해줄 반전을 마련해 놓았다. 소심하다는 것은 조심성이 많다는 것을 뜻하며, 그런 만큼 상대방을 섬세하게 배려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다. 소심→신중→섬세라는 분절적 언어의 계단식 연결로 소심한 사람이 대범한 사람보다 빨리 성공할 수 있다는 매트리스를 깔아준다. 어느날 불쑥 ‘잃어버린 10년’의 주범으로 묶여 난타당하고 있는 두 전·현직 대통령. 정치역정은 소심한 햄릿과 무모한 돈키호테로 사뭇 다르지만 소심한 듯 치밀한 지금의 응전은 서로 맞닿아 있다. 두 사람이 감동의 상승작용을 일으켜 ‘되찾은 10년’을 연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악수할 때 힘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증거이고,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면 방어적이며,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면 긴장한 상태라고 한다. 새 도전에 직면하거나 ‘비호감’인 부류를 만날 때 소심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움츠러드느냐 꼿꼿하게 나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소심한 당신, 숨겨둔 성취욕 꺼내라
소심한 당신, 숨겨둔 성취욕 꺼내라
그러면 소심함을 극복하고 성공의 계단으로 오를 수 있는 장치들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을 의식한다는 것은 실은 자신의 내부에 집착하는 것이다. 결벽증을 벗어나 외부의 목표로 관심을 이동하고 손을 내밀어본다. 그러면 소심함이 자신감으로 바뀐다. 소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면서도 끄덕거리기만 한다. 다음날 물어보면 거의 기억을 못한다.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호기심을 갖고 접근할 때 이런 상실증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무엇보다 “좀 멍청해 보이면 어때” 하며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강박관념을 털어버리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말을 걸어 오는 사람도 없는 어색한 모임에 참석했다. 불편함을 모면하려 술을 급하게 먹으면 실수하기에 딱 알맞다. 술 깬 뒤 기억의 조각을 찾아 헤매게 되면 더 소심해진다. 이럴 땐 당신처럼 소심한 사람이 있는지 둘러보고 말을 걸어보면 편해진다. 마찬가지로 회사에 소심한 팀원이 있다면 더 소심한 사람을 같은 팀에 배치시켜 자신을 객관적으로 비춰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반대로 상사가 습관적으로 괴롭히면 당신도 예측 불가능한 존재임을 시위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실험처럼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 상사가 먼저 평화협정을 요청할 것이다.

이 책은 ‘나는 왜 소심한가’라는 심리적 자가진단에서 출발해 마음 약한 나를 이기는 12가지 전략을 꼼꼼히 제시한다. 특히 마케팅 분야 여성 멘토인 지은이는 소심한 세일즈맨을 위한 구매 거절 대처 방법과 효과적인 발표의 기술을 유형과 단계별로 섬세하게 풀어놓았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